[소소일상_8] 2023.06.02

by 천천히 한걸음

내 기분은 나의 탓 … 하고 육성으로 내뱉을 뻔했다.

속으로만 생각하길 천만다행이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공복에 러닝머신을 뛰고 있다.

아파트 헬스장, 같은 시간, 같은 운동복, 같은 플레이리스트, 심지어 그 많은 러닝머신 기계 중 같은 자리.

모든 게 같은 와중에 내 기분만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어제 오후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담임선생님께 문자가 왔다.

“ㅇㅇ 어머님, 시간 나실 때 전화 주세요”

소파에 누워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심하게 쳐서 몇 번의 주의를 주었으나 나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학기 중간이라 자주 뵌 적은 없었으나, 진중하고

사려 깊은 분이라 여러 번 느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러하였다.

아이를 야단치라는 의미에서 전화를 한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면 엄마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아이와의 일종의 약속(?) 지키기 위해 연락했다.

충분이 공감하고 ,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 와중에 선생님의 방식과 그 방식을 전달하는 소통의 방식에 또 한 번 존경을 느끼며 전화를 끊었다.


거기까진, 그래 … 밝은 성격의 초등 저학년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전화 내용도 하늘이 두 쪽 날 만큼 엄청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울고 있었다. 대낮의 우리 집에서 가장 컴컴한 안방 화장대 거울 앞에서 나는 일일 연속극 주인공처럼

독백까지 내뱉으며 울고 있었다.


화장대 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틈틈이 보았다.

애써 여러 겹 꼼꼼히 발라 놓은 화장품이 지워질까

연신 티슈를 뽑아 부드럽게 눈물을 찍어냈다.

나 지금 뭐 하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이 눈물이 계속 흘렀다.


평소 속에 담은 슬픔이나 우울이 터져 나왔다는

사람들의 푸념 이나 드라마의 대사 같은 것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었다.

아니 누구나 다 속앓이 한두 개쯤은 있지

어디 사람으로 태어나 그런 게 없을까 하는

콧대 높은 생각을 하며 때로는 비웃기까지 했었음을

고백한다.


그런 내 속에 있던 그 비웃음 거리가 어제의 화장대 앞에서 마구마구 터져 나왔다.


퇴사 이후 식재료 하나를 살 때도 가격을 비교해야 하고

연휴에 여행 대신 가까운 공원 나들이를 가야 하고

외할머니가 편찮으신 것도 맘에 걸리고

더 나아가 외할머니 상갓집에서 마주치기 싫은 사람 2명도 맘에 걸리고

걸리고 걸려서 어딘가 올이 나가도 한참 나가 있던

마음이 전화 한 통에 부~왁 하고 찢겨 나갔나 보다.


침대 옆 충전기 불빛이 거슬려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난 아침

그래도 하던 대로 하겠다고 러닝머신을 뛰다 나는

머릿속 생각을 입으로 내뱉을 뻔한 것이었다.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 때문인지 나는 이상하게도

이어폰만 끼면 혼자 다른 세상에 있게 된다.

몸은 숨이 차올라 헉헉대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했다. 내 기분은 나의 것이다. 내 기분은 내 탓이다. 그러니까 내 기분을 좌지 우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은 나뿐이다.


선생님의 전화 한 통이, 통장의 잔고가 내 기분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의 하나일 순 있겠지만, 그 요소값 중에 어느 것을 쏙쏙 뽑아 그날의 기분을 정할지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신사 탑 100 랭킹의 수많은 옷 둘 중에 결국 골라서 매칭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다.

멸치, 까나리, 참치, 여러 액젓 중에 그날의 요리에 쓰일 액젓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빨간 반스 운동화,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 갈색 피셔맨 샌들 중에 어떤 것을 신고 나갈지도 내가 정하는 것이다.


무조건의 파이팅과 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기엔 밤마다 너무 많은 생각에 시달리는 나는 생각한다.내 기분은 내 것이다.

내 기분과 소소일상은 내 것이다.

내가 맘대로 할 내 마음이다.


기분도 글도 내 맘대로 제멋대로인 오늘의 소소일상.

작가의 이전글[ 소소일상_7 ] 20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