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돌아다니자.
재료가 70이면 요리사의 실력은 30이다.
많은 후배들이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는다.
말을 특별히 잘~~~하는 스킬..... 물론 있긴 있다.
하지만, 빈약한 재료를 놓고, 비법 소스만 물어본다면 난 그 비법소스를 알려줄 수가 없다.
쇼호스트 후배들에게 늘 나는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더 찾아봐라. 나가봐라.
나만큼 잔소리 많이 하는 선배도 없을 거다.
신선하고 풍성한 말의 재료가 없이 맛있는 말을 만들 순 없다.
생각을 풍성하게 만드는 말의 재료는 단연 독서다. 상품 관련 지식의 책들은 물론이고, 다방면의 다양한 책들을 가까이해야 함은 호스트의 기본자세다. 그리고 경험의 시간들....
사실, 스물네 살에 입사했던 신입 시절을 생각해보면 사람 같지 않은 사람 만들겠다고, 옆에서 고생했던 선배들의 노고가 지금 생각해도 눈물 나게 고맙다. 시간이 그냥 흐른다고 호스트의 말이 깊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선배들을 모니터링하고, 공부하는 법을 배우고, 모르면 귀찮을 정도로 물어봤다.
주방 분야의 문외한이었던, 게다가 시집도 안 갔었던 아가씨 시절의 나는 뭐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욕먹지 않기 위해서, 미친 듯이 보고 듣고, 배웠다.
아는 게 없으니, 할 말이 없었다. 한식, 양식 있는 대로 자격증도 다 따고, 방송 마치고 시간 나는 대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시로 김치 담그는 것부터 밑반찬 만드는 것까지 닥치는 대로 배웠다. 당시 월급으로는 너무 부담되었던 테이블 세팅도 배우려고 없는 돈 쪼개어 가며, 배움의 열을 올렸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쏘다니고, 듣고, 부딪혀야 경험이 쌓인다. 공짜는 없다.
그리고 모인 재료들을 맛있게 만들 때는 상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
맛있게 먹을 수 있으려면, 말이 담백하고 쉬워야 한다.
'블랙 컬러에 엣지를 준 에스닉한 느낌의 어쩌고저쩌고~~~~ '
'컬러감이 어쩌고 저쩌고 무게감이 어쩌고저쩌고~~~~~ '
컬러감 무게감 이런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특히 화장품에서 '발림성'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것 또한 없는 말을 홈쇼핑에서 만든 말이다.
홈쇼핑 언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말에 없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거나, 과한 외국어의 사용은 듣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정돈되지 않은 장황한 설명 또한 피곤함을 증폭시킨다.
평균 3분에서 5분 안에 구매를 결정하는 홈쇼핑 고객들에게 결정의 3분을 어떻게 압축적으로 설명할 것인가?
말의 재료 준비가 끝났다면 자, 이제 지금부터 다음 장에서 말하기 연습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