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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Aug 13. 2017

쇼호스트로 뽑히는 기준?  

#02. 회사는 누구를 뽑는가?  

#02. 회사는 어떤 호스트를 원하나? 


해마다 들어오는 신입들을 보면, 기수마다 묘한 공통점이 있다.

2005년에 들어온 기수는 톡톡 튀고 거침이 없으며,

2009년에 들어온 이들은 순하고 부드러운 성향이 강하고,

2015년에 들어온 기수는 예의 바르고 반듯하다. 


희한하다. 그렇게 뽑으려고 작정하고 뽑는 건지? 

재밌는 건 홈쇼핑마다 뽑는 기준이 다르고, 또 매 해 뽑고 싶은 사람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GS홈쇼핑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부드럽고 반듯한 이미지를 좋아하고 CJ홈쇼핑은 튀면서 발랄한 이미지의 호스트가 많다. 이 또한 기업의 성향에 따라 뽑고 싶은 직원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회사가 좋아하는 이미지 vs 사내에 없는 이미지


회사마다 추구하는 오래된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어 언론사도 KBS 아나운서와 MBC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다르듯 

회사가 추구하는 분위기(?), 추구하는 철학에 맞는 호스트를 뽑고 싶어 한다. 

GS를 예를 들자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인상 좋은 호스트를 선호한다. 인상이란 눈매, 입매, 몸짓에서 나오는 정감 있고 부드러운 느낌을 말한다. 그런 어느 정도 순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다 그런 이들만 뽑는 건 아니다.

어떤 해에는 우린 독한(?) 이미지가 없어. 독한 느낌의 애들 좀 뽑아~~!!라고 해서 일부러 개성 있게 생긴 호스트를 대거 뽑았다가, 1년 안에 트레이닝 과정에서 걸러 낸 적도 있었다. ㅜㅜ

원하는 홈쇼핑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추구하는 이념, 철학이 무엇인지 정도는 사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홈쇼핑 쇼호스트가 꿈이라면, 회사마다 호스트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GS홈쇼핑 남자 호스트들은 부드럽고, 착하고 온화한 이미지인데 좀 놀아본 오빠(?) 같은 이미지가 없다. 패션의 경우 그런 호스트가 굉장히 갈급해서 그런 느낌을 많이 찾는 편이다.

키도 되고, 몸매도 되고, 말까지 잘하는, 그런데 좀 놀아본 오빠(?) 같은 이미지... 혹시 나라면, 지원 강추~~!!^^

또는 근육질에 몸매가 좋은(건강식품, 헬스, 레저 상품에 맞는) 남자 호스트도 잘 없다. 

반면, CJ의 경우 이성적으로 멘트 하는 선생님 같은 남자 호스트는 제법 많은데, 감성적인 남자 호스트는 적다. 


홈쇼핑사마다 부족한 이미지의 여자, 남자 호스트들이 있다. 

방송을 잘 보면서 분석해 보면, 회사마다 결핍 요소가 보일 것이다. 


실제로 10년 전쯤, 한 남자 호스트 지망생과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될 계기가 있었다. 쇼핑 호스트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렵다고....

000 씨는 재치도 있고,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으니 일단 이미지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가고 싶은 회사가 CJ이었는데, 그 당시 CJ 남자 호스트들은 거의 안경을 끼고 키가 좀 작은 편에 이성적인 느낌이 강한 호스트들이 많았다. 그래서 난 반대로 근육을 만들고, 운동을 많이 해서 없는 이미지로 가라고 했다. 

만약, 면접까지 보게 된다면, 차분하게 정장 입고 PT하다가 재킷을 찢든, 벗어던지든 건강한 근육을 보여주면서, 반전 PT를 준비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 친구는 지금 CJ홈쇼핑에서 아주 즐겁게 방송하고 있다.


2011년 선배들과 함께 만든 추억 깊은 책 ( 올어바웃 쇼핑호스트) 

                                

똘기는 있더라도 착해야 한다(?)


호스트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튀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똘기'는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다. '어라, 저놈 봐라. 저런 아이디어도 내내.'

'어, 젊은데, 신선한데......'

여러 가지 방송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홈쇼핑에 들어오고자 한다면 거기에 맞는 탤런트가 있어야 한다. 

주어진 대본만 잘 읽는 방송인은 완전 사양이다. 아나운서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나운서를 오래 했던 친구들이 호스트로 입사하게 되면 처음에 굉장히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쓰인 대로 반듯하게만 너무 잘~~ 읽어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많이들 퇴사한다. 

홈쇼핑은 '대화'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 


쇼호스트는 제품을 접할 때, 협력사를 만날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첫눈에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친구들로부터, 사차원이라는 소릴 꽤 들어본 사람.

저, 골 때리는 놈 고집을 누가 꺾어?라는 얘길 들어본 사람. 

저놈은 뭐든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서 지 꼴리는 건 무조건 해야 돼 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


대. 환. 영이다. 

호스트는 자기만의 색깔, 자기만의 향이 있어야 한다. 

그걸 잘 정제해서, 면접 볼 때 쏟아붓고 나와야 한다. 


자, 그런데.....

똘기는 있어도 되는데, 착하라는 건 또 뭔미??

기본적으로 홈쇼핑을 운영하는 회사는 조직이 크다. GS, CJ, 현대, 롯데...... 대기업을 비롯한 자금 규모가 되는 큰 기업들이 홈쇼핑 회사를 운영한다. 그럼, 기업은 큰 조직을 움직여야 하므로 조직에 잘 순응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 난 예의 바르고, 윗사람을 잘 공경하는 '인간 다운 인간'인가? 여기에 'YES'라고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합격' ^^ 



홈쇼핑은 처음부터 끝까지 CO-WORK다. 


홈쇼핑은 혼자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피디, 엠디, 협력사, 세트, 음향, 조명, 성우,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손길 그리고 옆에 같이 진행하게 될 게스트, 후배 또는 선배 호스트...... 정말, 많은 이들이 한 몸이 되어, 함께 어우러져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홈쇼핑 방송이다. 


면접관은 예비 호스트들이 얼마나, 배려하고 인내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평소, 학교생활에서, 사회생활에서, 또는 가정에서.......


건강한 체력, 건강한 정신 


"은정 씨 밤 10시에 출근할 수 있어요?" 

"차 끊어지면 뭐 타고 갈래요?" 


친구들하고 새벽까지도 놀아 봤는데 10시는 저에게 저녁인데요.

차 끊어지면, 회사에서 자죠. 뭐....

내 맘대로 그냥 나오는 대로 답했던 것 같다. ^^


그때는 왜 내게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는데, 입사 후 금방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홈쇼핑은 오전 6시에 첫 방송을 시작해서, 그다음 새벽 2시에 마지막 방송을 끝낸다. 

스탠바이를 2시간 전에 해야 하기에,


새벽 4시에 출근해서, 그다음 날 새벽 2시 반쯤에 퇴근하는 구조다. 

물론, 첫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그 날 마지막 방송을 하는 날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회의가 있을 때는 회사에 10시간 넘게 있는 건 기본이고, 새벽에 출근했다가 밤새고 그다음 날 아침에 퇴근하기도 한다. 그래서 쇼핑호스트 휴게실엔 간의 숙직실이 있다. 라꾸라꾸 침대라도 없었으면 10년 이상 이 직업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간혹 면접관들이 체력을 궁금해한다. 

버틸 수 있는지..... 견딜 수 있는지.... 평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너무 마르거나, 약해 보이는 호스트도 사양이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지 스스로 점검해 보자. 



순발력


갑자기 방송 중에 조명이 터지면 어떻게 할까? 

오븐을 굽는데, 재료가 아니라, 내 손이 구워진다면? 

화면이 날 잡는데,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져서 테이블 밑으로 내가 사라진다면? 

식칼 시연을 하는데, 갑자기 내 손으로 공포 영화를 찍게 된다면??

방송 중 생리 현상이 급해지면? 

방송 중 사레가 걸리면? 

방송 중 물건을 떨어뜨리면? 

방송 중 웃음이 터져서 멈추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겪은 일이거나, 옆에서 본 일들이다. 

온종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곳이 홈쇼핑이다 보니 정말, 별별 일이 다 있다. 

호스트는 어떠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재치 있게 유연하게 방송을 이어나가야 한다. 

면접관들은 생방송 진행에서 얼마나 재치 있게 임기응변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궁금하다. 


면접관들의 예측 불가한 질문들에 씩씩하게 재치 있게 답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홈쇼핑 문을 두드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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