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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Aug 28. 2017

의심병을 달고 살아라.

의심의 끝은 자유다. 

의심병을 달고 살아라. 


진리를 찾기 위해  끝없는 의심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야 한다  - 데카르트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쇼호스트다. 


Why

대체 왜

대체 왜 왜 왜~!!!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대체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건지, 대체 왜 이렇게 구성을 짰는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사야 되는지

모든 상품은 만든 이의 이야기가 있다. 자기 자식은(상품) 자식을 낳고 키운 엄마가 제일 잘 안다. 


협력 업체를 대신해서, 상품을 소개하는 사람이 호스트다. 상품을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진짜 깊이 알기 위해서는 엄마( 상품 개발자) 에게 물어봐야 한다. 제품을 만든 사람만큼 상품을 더 잘 알 수는 없다.  

왜 이렇게 만드셨는지?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어떤 실패를 하셨는지?  


회의 시간에 협력 업체들이 알짜 정보를 열심히 떠먹여 줄 때도 있지만, 아주 과묵하고 점잖으신(?) 업체분들은 "아이고, 호스트님이 알아서, 잘 해주실 텐데 저희는 믿습니다."라고 한다. 자식에 대해서, 직접 낳은 부모만큼 아는 사람 어디 있다고 그냥 무턱대고 믿으신 댄다. 


난, 쇼호스트에게 피곤할 만큼, 문자하고 전화하시는 분들이 좋다. 그래야 내 멘트 창고의 멘트들이 많아질 테니....

나도 협력사에게 귀찮을 정도로 전화하고, 물어본다. 

설사, 귀찮아하신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궁금한 게 풀려야 잠이 온다. 


예를 들어 보자. 


2 기압 쿠쿠 밥솥 미팅 시간이다. 




협력사  曰

실버 색상이 대세고요. 기능은 2 기압이라서 밥맛이 좋고요. 기능은 현미, 잡곡, 백미, 죽, 만능찜이 되고요. 음성 지원되고요. 가격은 백화점에서는 얼만데, 여기서는 10만 원쯤 더 싸고요. 사은품은 000이고요. 000세트 팔아주시면 됩니다. 



자, 여기서 여러분은 협력사 설명에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실버? 왜 실버가 대세라는 거지? 어떤 기준으로? 몇 년도부터? 어느 나라에서? 어느 지역에서? 대세라는 기준은 뭐지? 


2 기압이 왜 밥맛이 좋지? 그럼, 왜 2 기압이라고 이름을 붙였지? 2 기압이 시중에서도 인기가 많나? 2 기압이 만들기 어려운가? 2 기압이 대체 뭐지? 

기압은 어떻게 만들어지지? 2 기압을 만드는 기술이 다른 곳은 없나? 2 기압으로 만드는 게 몇 년이 걸렸지? 만들면서 쌀은 몇 키로 썼지? 어떤 연구를 했지? 


현미가 된다는 게 어려운가? 어렵다면 뭐가 어렵지? 왜 현미를 기능에 넣은 게 중요한가? 이런 기능들이 각각 온도나, 밥시간에 차이가 있을까? 


맛의 차이는 어떻게 만들지?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어떤 실험을 했지? 죽이 되는 게 중요할까? 압력솥에서 죽이 되는 게 원래 가능할까? 


죽이 되면 어떤 게 좋을까? 죽이 모든 쿠쿠에 다 될까? 말해주는 게 중요할까? 말을 안 해주면 뭐가 불편할까? 


백화점보다 저렴한 이유는 뭐지? 왜 여기서 사야 될까? 타사에는 어떻게 진행될까? 경쟁 상품은 어느 정도 기능에 어느 정도 선에서 노출될까? 


한도 끝도 없다. 한도 끝도 없게, 방송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왜, 왜,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이런 기능일까? 왜 이런 색깔일까? 왜 이런 케이스에 담았을까? 왜 20대가 좋아할까? 왜 50대가 좋아할까? 등등


의심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라. 


회의 중 많은 질문을 할수록 더 많은 멘트 재료를 건져 갈 수 있다. 

요리의 재료가 70, 요리사의 실력은 30이라고 했다. 

회의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고객 평, 직전 방송 모니터, 경쟁 방송 모니터, 시장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잔뜩 담아 갈 수 있다. 


회의 시간으로도 부족하다. 집에서도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갈증을 느낀다면, 주저 말고 협력사에게 전화하라. 오늘 처음 본 협력사라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 한다. 

협력사를 위해서?? NO~~ NO~~~  내 방송의 퀄리티를 위해서다.

많이 고민하고, 물어본 호스트가 양질의 방송을 한다.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 본 사람 하고는 대화를 잘 못한다는 호스트? 그런 자세로는 제대로 된 방송을 못한다. 

말의 재료는 주변 사람들 ( 협력사, 제품 개발자, 고객, MD, 경쟁사, PD, SH 선후배) 에게서 거의 대부분 찾게 된다. 거기서 수확한 날것의 정보들을 다듬고 맛있게 요리하는 사람이 호스트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끊임없이 의심하라. 의심하는 것을 즐겨라. 어디 귀퉁이에 짱 박혀 안 보이는 것까지 물어봐도 될까? YES~~!!!

물어봐도 된다. 나는 귀찮게 물어보는 후배들에게 떡 하나라도 더 주게 된다. 귀찮지 않다. 오히려 기특할 때가 많다. 

많이 궁금해하고,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하는 호스트가 양질의 방송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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