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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Dec 13. 2020

코로나 시대의 요리왕국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좋든 싫든 집에서 먹는 횟수가 많아졌다.

아이 있는 집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난 아직까지 배달을 시켜 먹는 것은 왠지 끌리지 않아서 자연히 직접 해먹는 편이다. 요리 또한 무조건 경험에 비례해서 실력이 쌓이는 분야라 2020년을 지나면서 나의 요리실력도 상당히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진화했다. 

예전 엄마의 부엌을 보는 것처럼 이제 나도 내가 요리하는 나만의 공간이 자리가 잡혔다는 느낌이 들고 한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는 왠만한 음식은 비슷한 기반 하에서 재료만 바꾸어가며 살짝 변형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 기초가 되는 장류와 양념이 잘 구비되어 있어서 왠만한 음식은 쉽게 할 수가 있었다.

최근 내가 입문하게 된 것은 파스타의 세계다. 사실 외식을 할 때 공간과 컨텐츠의 멋이 잘 살려진 곳들이 양식집이 많아서 기분전환 겸 자주 사먹게 되는 메뉴였는데 한번 사다가 해먹어보니 이렇게 편하고 쉬울 수가.

무엇보다 주식을 비교해봤을때 서양의 빵과 파스타는 밥에 비해 요리 시간이 빠르다. 그게 직장에서 돌아와서 급히 저녁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시간 없을 때는 국수를 삶아서 먹었었는데 파스타는 좀 더 요리다운 맛이 있으면서 먹기 편해서 급 빠져들게 되었다.

요새 참 서울엔 없는게 없다는 걸 여러모로 느끼지만 파스타도 그랬다. 이마트몰에 가보니 바릴라 데체코 제품들이 너무나 잘 구비되어 있었다. 옛날 이태리 살 때의 그 다양함까지야 아니겠지만 어차피 모양 차이지 파스타 맛이야 거기서 거기니까. 소스와 면이 준비되고 나니 이젠 내가 원하는 채소와 고기, 해산물을 그때그때 골라주기만 하면 된다. 살 좀 빼고 싶어서 요샌 주로 호박, 버섯, 양파 등 채소를 고루 볶아 파스타를 해먹었다. 너무 편하고 빠르고 맛도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지난달 쯤 시작한 이후로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더 이상 파스타집에 가서 사먹진 않게 되었다. 이게 얼마나 쉬운 가정식이었는지를 새삼 깨달으면서. 한번은 엄마 아빠가 놀러왔을 때 샐러드와 맛있는 우리밀 식빵을 사다가 구워서 대접해드렸는데 대성공이었다.

이외에도 내가 생각만 하다가 직접 해보니 의외로 쉽고 편했던 메뉴가 카레, 고기볶음, 닭볶음탕. 불에 볶아서 조리하는 메뉴는 왠만하면 다 성공률이 높아 보인다. 오히려 쉽다고 생각했던 국물요리가 육수를 진하게 우리는 것부터 해서 시간도 손도 더 많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됐든 내가 먹는 것을 직접 준비해서 만든다는 것은 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 회사에서 여러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올해, 특히 생산적인 활동이 없던 나에게 한가지 위안이 되었던 것이 바로 요리였다. 매일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 항상 가족을 챙겨주기만 하고 정작 몸이 안 좋을 때도 따끈한 밥 한 상 못 받아본 엄마에게 조만간 밥과 반찬을 손수 지어서 대접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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