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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an 03. 2021

도쿠가와 이에야스 만화

요즘이 좋구나

최애 역사소설인 삼국지에서부터 역시 어떤 소설도 사극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 같다.

사건이 흥미진진한데다가 리얼하고 또 사람들의 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사람과 사건들은 현대에 와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일본도 역사소설이 꽤 종류가 다양한 편인데 이상하게 소설은 잘 끝내질 못하고 주로 만화로 접했다. 주로 전국시대 혼란기부터 메이지 유신까지가 일본도 황금기여서 그런지 그 시대 배경인 작품들이 많다. 소설 중 가장 흔히 접해던 것이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참 만만치않게 긴 시리즈라서 열심히 읽다가 도저히 진도를 못 빼고 중간에 포기했다. 그런 전집을 고맙게도 또 짧은 13권짜리 만화로 내 준 분이 있었다. 도서실에 우연히 갔다가 보고 연휴를 위해 아껴두었다가 빌렸다. 그림체가 어디서 많이 본 스타일이었는데 만화가 정보를 보니 철인28호의 작가인 요코하마 미쯔데루 작품으로 이 외에도 삼국지, 수호지 등 온갖 고전만화를 두루 그린 분이었다. 

짧고 굵직하게, 그리고 역시나 그림으로 보는 수월함은 참 편하더라. 일부러 느긋하게 봤는데도 연휴 이틀째에 모두 끝나고 말았다. 아 그런데 이번에 보면서는 한 가지 포인트만 극단적으로 각인되었다. 옛날 사람들 참 불쌍하구나.. 예전에 소설로 볼 때는 이렇게까지 와닿지 않았었는데 일본 전국시대는 참 잔인한 시대였다. 무사계급조차도 이렇게 허무하게 다 죽어나갔으니 평민계급은 오죽했을까. 사람 목숨이 그냥 먼지만도 못한 시대였다. 천하를 평정한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마저도 어머니부터 해서 그 주변 가족 중 남아난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말이 좀 그렇지만.. 상처뿐인 영광 아닌가. 승자조차도 별로 남은 게 없다. 

역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에도시대물에서 사람의 목숨이 너무나 쉽게 스러져버렸던 그 시대, 그래서 오히려 강했던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자세히는 몰라도 유럽 또한 각 나라별로 또 나라 안 공국과 성끼리 오랜 세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싸움이 지속되다가 지금과 같은 평화시기를 맞은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분권화되어 잘 발달한 유럽, 일본의 현재 모습은 비참했던 예전의 긴 세월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냥 딴 것보다도 요즘 태어난 것 자체가 참 호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아름답게 다듬어진 많은 사극들을 보면서 가졌던 로망이랄까 애정이 차갑게 식어버리고 현실 직면하게 된 순간이었달까.

암튼 그것도 현실이다. 사극을 보고나면 재미없거나 허무했던 적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느끼는 바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역사 혹은 철학 쪽으로 가는 이유를 알거 같다.

다만... 연휴를 위해 괜히 아껴놓았다가 빌리러 간 사이에 어떤 사람이 앞쪽 3권을 선수치는 바람에 마치 빵 속에 팥고물 빠진 것처럼 매우 아쉽기는 했다. 역시 좋은 것은 있을때 빨리 맡아 놓아야 한다. 

처음 배가본드 나올 때 너무 기대했었는데 그 만화는 원작 저리가라로 자세하고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어쨌든 연휴와 만화는 꿀조합이 틀림없다. 코로나로 만화카페 못 가는게 급 아쉽다. 거리두기는 오늘 또 연장됐던데- 얼른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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