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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Jul 14. 2021

재택근무

집중해서 일하기

코로나19 덕분에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해보게 되었다. 작년부터 일정 비율을 정해놓고 돌려가면서 하는 중이다. 처음엔 색다른 기분도 있고 아무래도 출퇴근을 안해도 되는 편안함이 있어서 무척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이것도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혼자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나는 재택근무가 여러 날 계속할만큼 편하지가 않았다. 보통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업종의 사람들도 계속 집에만 있기 보다는 주로 카페에 나가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집안에 하루 종일 혼자 있어보니 그 적막감이 생각보다 심했다.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고요하게 종일 있는 건 정신건강에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다. 아파트가 이웃, 외부와 단절된 주거 형태라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일반 재택도 아니고 코로나19 방역수칙에 의한 재택이다보니 카페 업무는 원칙적으로 금지다. 자택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섣불리 장소를 옮길 수도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주거공간에 돈을 많이 쓰고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나는 단독주택 마을이 그리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바깥과 통해있고 이웃사람들,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집 말이다. 이런 본능은 원래 인간 DNA에 있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주변에 이야기해보니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마음 편하고 좋다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주말 내내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쨌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이 시대에 주류가 될 만한 사람들인 것 같았다.

별건 아니지만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회사까지 출근하고 점심 때나마 밥 먹으러 걸어갔다 오고 집에 돌아오는 그 움직임이 내 컨디션에 일정한 패턴을 형성했던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드니 안 그래도 자주 걷고 순환을 시키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재택근무 하는 날에는 확실히 운동량이 줄어들고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묘하게 머리가 띵하고 몸이 찌뿌둥해지는 것이다. 보면 프리랜서들은 일정한 패턴을 정해 달리기나 다른 운동을 한다든가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며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것 같다. 그러나 쭉 출퇴근 하다가 몇일 재택을 하는 내 입장에선 그저 편하고 좋아서 집에 있기 마련이었고 결과적으론 그다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업종의 적합성이다. 나는 아주 평범한 사무직에 근무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재택근무 때에 일이 생겨버리면 그리 편안하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보통 위 아래로 소통을 해가면서 처리를 해야하고 또 각종 계약서나 여러 보고문서들을 참고해가면서 진행을 해야하니 집에서 노트북 한 대로 일하기엔 아무래도 번거롭다. 그냥 사무실에 나가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반면 프로그래밍 쪽 업무를 하는 남편을 보면 이건 정말 재택근무를 위한 업종이구나 싶다. 1인 전문직일수록 좋고 얽히는 사람이나 자료의 수가 많지 않아야 한다. 컴퓨터 한 대를 가지고 쭉 집중해서 할 수 있어야 하고 내 머리로 창작을 해야 하는 일일수록 적합하다. 확실히 문과보다는 이과가 낫고 문과에서는 개인 창작에 가까운 자리여야 하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코로나에 겹쳐 폭염까지 찾아오니 전반적인 집중도와 근로의욕이 심하게 저하돼버렸다. 사무실이든 재택이든 이제는 큰 차이가 없어지는 것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쨍한 하늘에 시야가 무척이나 맑고 넓게 펼쳐지는 날이었다. 한낮에는 의외로 낮은 습도에 전형적인 여름 햇빛이 쏟아져 나도 모르게 바닷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속의 원두막이든, 바닷가 파라솔 아래든 지금은 휴가를 가야 하는 시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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