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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Aug 07. 2021

오늘도 무사

나의 인생길은 어디로

코로나에 폭염에 안 그래도 단조로운 일상인데 작년부터는 더욱 할 일이 없어서 꾸역꾸역 책을 읽고 잡생각만 많이 하면서 산다. 도서실에서 이거저거 둘러보다가 무사책방 운영하는 요조님의 에세이를 빌려다 읽었다. 책방 운영 및 기타 일상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이었다. 나도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책방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보았다. 나에게 책방은 항상 쉴 수 있는 곳이자 멀리 존재하는 꿈같은 곳이기도 하다. 내가 만일 책방이나 출판사에, 책과 관련된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가끔씩 생각해보기도 한다.

옛날에는 주로 문학을 보다가 나이가 드니 실제 사람들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를 더 보게 된다. 실제로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 때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나 책방주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시대에 내가 꿈만 꾸고 있는 그런 세계로 간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를 글로나마 관찰하게 된다.

30대 초반까지는 딱딱 정해진 과제 풀듯이 살아와서 별 고민도 없이 바쁘고 즐겁게 살았다가 인생에 대한 고민이 얼마 전부터 커졌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비슷한 그런 것이다. 어느 직업을 선택했든 당연히 그런 부분은 존재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기둥 역할을 할 무언가가 없어서 계속 허전한 상태이다.

어려서부터 항상 관심있었던 것은 책, 글, 문화, 사람 뭐 이런 쪽이었다. 취업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계속 책을 읽고 글도 끄적거리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은행에서 적성과 사뭇 다른 일을 하면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왜일까. 겁이 많아서일까. 체력이 남들보다 약해서일까. 공부를 잘했던 편이어서일까. 허영심과 명예욕이 강해서일까. 모든 것들이 적당히 버무려져서 여기까지 온 거 같다.

성적에 맞춰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답과 기준을 향해 높이뛰기 하듯 살다보니 어느새 30대가 되었다. 그러나 내 자신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그간 안정과 평화를 최우선으로 선택을 했지만 정작 남들보다 풍요롭고 걱정없이 살게 됐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집을 사지 못해 벼락거지가 되었다는 불안과, 또 적성도 딱히 맞지 않는데 그나마도 미래가 불투명한 직장에 대한 불안과, 원래도 약한 체력이 회사생활에 치이면서 더욱 안 좋아져서 이제 나이까지 더 들면 얼마나 더 아플까 하는 불안까지. 현대인들은 참 편안하게 살기 힘든 것이 맞다. 옆을 돌아보면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은 몸이 죽도록 힘든 대신 잡생각은 덜하고 아이가 없는 친구들은 체력에 여유가 있는 대신 인생의 컨텐츠를 찾느라 뒤늦은 사춘기에 빠져있다. 다들 30대까지 참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던 애들이다. 그런데도 하루하루가 참 고되다.

반면 책으로만 간접적으로 만나는 내가 꿈꿨던 다른 세계의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참 잘 사는 것 같다. 예전보다 좀 더 컨텐츠가 떠오르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도 나같은 일반인에게까지 다가올 정도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자유롭고 즐겁고 알록달록하게 잘 산다. 장소도 하는 일도 유연하게 바꿔가면서, 비슷한 업계의 사람들끼리 교류하면서 같은 시대지만 완전히 다르게 그들은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이것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일 뿐인지, 실제로는 생활이 어느 정도인지 나는 너무나 궁금하다. 항상 건너건너 들려온 이야기로만 추측했었으니까. 그치만 이미 가장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간 나로서는 아무리 그쪽에 관심이 가도 한 다리를 그쪽 세계에 걸쳐보기가 어렵더라. 

아직까지는 불안하고 공허한 가운데 오늘 하루만 무사하게 잘 지내자, 하면서 살고 있다. 권태롭고 단조로우면서도 또 하루하루를 잘 지탱해 가는 건 왜 이리도 무겁게 느껴지는건지. 밥벌이라는 것이 그런 것일까. 그런 와중에 이제 40을 넘어가는 언니 오빠들은 제2의 인생, 그리고 노후 준비에 관해 요즘 그렇게들 생각이 많다. 경제적인 쪽으로도, 그 내용에 대해서도. 너도 시간있을 때 그런 생각 이제 슬슬 해야 된다, 하고 충고도 많이 듣는데 정작 무료한 주말에 나는 똘똘하고 구체적으로 그런 생각을 정리를 하질 못하고 살고 있다. 마치 학부 내내 뜬구름 같은 진로고민만 죽자고 하다가 취업 때는 어설프게 어디 뒷다리 잡듯 취직했던 것처럼. 조금 어설프게 뜬구름처럼 그러나 즐겁게 놀면서 살 수는 없는건가. 즐겁고 편안한 컨텐츠를 채운 나의 꿈의 살롱은 아직도 내 꿈 속에만 가랑가랑 존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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