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힘들어.
퇴원하고 집에 왔다.
턱골절은 아치바라는 걸로 깁스를 해서 고정시키고 턱뼈가 붙기를 기다려야 한다.
위아래 이를 철사로 묶어 놓는 형태라 물로 된 형태로만 음식 섭취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빨대로 빠는 것도 못해서 병원에서 얻어온 주사기 3개로, 1) 단백질 셰이크 같은 음료 섭취, 2) 약 복용, 3) 가글 형태의 구강세정제로 양치하고 다시 씻어서 썼다. 하필 시판되는 단백질 셰이크는 모두 대체 설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3시간마다 식사를 해도 하루에 500kcal를 섭취하기가 쉽지 않다.
열량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줘야 뼈가 붙을 텐데...
열량과 변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올리브유를 먹여 봤는데,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고 너무 느끼하단다. 요리용 올리브유 말고 드레싱용 올리브유를 사 봤지만 조금 나아졌을 뿐 여전히 내키지 않는 눈치다. 그런데 셰이크에 몰래 섞어서 주었더니 잘 먹는다.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내내 바나나맛 셰이크, 초코맛 셰이크, 딸기맛 셰이크, 마시는 요구르트만 먹다 보니 질리는 모양이다. 소고기뭇국을 끓여주면 안 되겠냐고 한다. 안 될 게 있나. 안 될 게 있더라. 소고기뭇국이면 무가 있어야 되는데, 미국에서 raddish를 찾으니 작고 빨간 순무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존에서 다이칸 무를 발견했다. 얼른 주문해 보았는데 꽤 비슷하다. 그런데 이후 한동안은 다이칸무가 안 보이고 무 씨앗만 판다. 아이참내... 나중에 알고 보니 홀푸드에서 상시로 다이칸 무를 팔고 있었다. 내가 알았나. 게다가 조선무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믿어 마지않던 다이칸 무는 뭇국용으로는 괜찮았지만 나박김치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물김치에는 연수 말고 경수를 좀 넣어줘야 한다는 유투버 말에 따라 산펠레그리노까지 사러 눈길을 헤치고 다녀와가며 정성을 기울였지만 다 썩어 버렸다.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한둘이 아니지.
애 낳은 지는 24년이 지났지만 요리는 캠핑요리밖에 안 해 본, 무늬만 주부에게 여러 미션이 떨어졌다. 삼계탕에, 토마토버섯스튜에,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물김치 등
최소 3~4시간을 끓여서 뭉근하게 만들고 믹서기에 간 다음 고운 체에 걸러서 물처럼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짜거나 매우면 안 된다. 이에 낄 만한 작은 고춧가루 조각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모든 재료는 베이킹용 저울과 계량컵으로 1g, 1ml 단위까지 재서 했다. 3시간마다 먹어야 하는데 실패하면 한 끼를 건너뛰게 되니까. 캠핑 가서 대충 하던 요리랑은 난이도가 다르다. AC!
아침에 사과 갈고 레몬즙 짜서 체에 걸러 주스 만들고 물김치 갈아서 체에 거르고 전날 만들어 둔 미역국 또 갈아서 체에 걸러 아침밥 준비한 후, 집 청소하고 설거지 끝내면 3~4시간은 훌쩍 지나 있다. 얼른 마치고 토스트나 과자에 커피 한잔 하는 시간이 정말 꿀맛이다.
아이 집이다 보니, 청소도 말끔히 해 주고 싶었다. 베란다 유리는 2~3일에 한 번씩 닦았다. 화장실과 거실 유리, 냉장고, 보일러실, 오븐 등을 하나씩 청소해 나갔다. 러그, 아이가 중고로 사 온 러그는 사 올 때부터 있던 더러움에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 한번 건드릴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 같았다. 털어도 안 되고 빨 수도 없고, 털이 길어 진공청소기로도 안 되고, 그러다 찍찍이로 떼어 보니 머리카락과 먼지가 엄청 붙어 나온다. 얏호~. 거실 유리창 닦다가 의자에서 떨어져서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덕분에 한국 와서 골절 진단금 받았다. 아이에게 자랑했더니, "엄마, 일부러 의자에서 떨어진 건 아니지?"라고 한다. 어이구, 엄마를 보험사기범으로 몰다니. 손가락 베이고 프라이팬에 데고 정말 '무늬 주부'에게 온갖 시련이 닥쳤다.
그런데, 이게 하다 보니 쉬워지네?
오~ 내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나 보다.
아이도 점점 나아져서 자기가 혼자 먹을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설거지도 직접 하게 되더라.
이렇게 점점 나아지는 환자 간병도 힘든데, 점점 나빠지는 환자 간병은 얼마나 힘들까? 그것도 나는 기한도 정해져 있는 간병인데, 언제 끝날 지 기약할 수도 없는 간병은 얼마나 힘들까? 시어머니 시아버지 친정어머니, 남편까지 벌써 십몇년째 간병인 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가 정말 여러 번 생각났다. 어떻게 그걸 해 내고 있는 걸까? 그러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유머러스한 이모는 대체 어떤 멘털 소유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