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기억은 휘발되고 즐거운 기억만 남는다.
내가 [나의 아저씨]를 볼 때 남편이 기겁을 해 댔다. 왜 저렇게 우울한 이야기를 보고 있냐며, 다른 채널로 돌리라고. 나도 보면서 너무 우울해서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 그런데도 이지은의 연기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계속 보다 보니 3화부터는 이게 반전이 있네? 재미있어지네? 하면서 유쾌한 마음과 진한 울림으로 정주행을 마무리했더랬다. 아이 간병이 익숙해질 무렵 손에 들었던 프레드릭 배크먼의 [Us against You]도 그러했다. 초반 너무 우울해서 그만 두고 싶었는데 다른 읽을 책이 마땅히 없어서 억지로 억지로 읽다보니, 이게 반전이 있네? 재미있어지네?하며 빠져들어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한 문장도 허트루 하지 않고 정독했다. 책이나 영화 보면서 이런 경험들 다들 있을 거다. 작가들은 아는 거야. 초반이 힘들고 괴로울수록 그 다음에 오는 스토리가 재미있고 감동이 깊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가 다치고 정말 힘들었다. 장보러 가거나 새벽에 일어나는 등 혼자 있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오열을 했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주부 간병도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점점 나아져 가고 나도 집안일이 익숙해지면서 여유가 생겼고 아이가 엄마와의 추억을 쌓고 싶다 하여 중간중간 놀러 다녔더니, 이제 와서는 아이와 함께 행복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이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글을 쓴다.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이 휘발되기 전에 다 써야 할 텐데, 내가 너무 게을러서 걱정이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