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햇볕 받으며 뒹굴뒹굴

내가 이번 애틀란타 여행(?)에서 제일 좋아했던 놀이

by 지우맘

아침 일을 마치고 커피 한잔 타서 프라이팬에 구운 식빵을 곁들이면 정말 나른하니 행복하다.

이 집은 정남향인 데다가 남쪽 벽이 아예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햇볕이 정말 잘 들어온다. 맑은 날은 그야말로 햇빛 맛집이 되어 내가 꿈꿔왔던 스위트홈이 된다.


ㅎㅎㅎ 웃긴다. 첫 한 달은 똑같은 자리에 앉아 내내 울기만 했는데 이제 아이가 나아지니 그 자리가 이렇게 행복한 자리가 되다니, 사람 참 요물스럽다. 'This shall pass, too.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자고 늘 다짐하건만 어쩜 이렇게 하루하루 아니 한시한때마다 감정이 요동을 치는지...


한 번은 사과를 자르다가 손가락을 약간 썰어버렸다. 예전에 밤 자르다가 손가락을 썰어 버린 기억이 있어 이게 얼마나 오래갈지 알겠기에 속이 너무 상했다. 아이 간병하려면 부엌일을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데, 멀쩡한 손가락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이 손가락으로 그 많은 일을 어떻게 해내나 싶어 너무 많이 속이 상했다. 아이가 옆에서 괜찮다 괜찮다 하는데, 뭐가 괜찮냐며 성질 내고 떼쓰고.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베인 것이 아닌지, 4일 만에 다 나아 버렸다. 아이 보기에 너무 창피한 거 있지. 나는 나이 50이 넘어서도 이렇게 일희일비하는데, 그래도 딸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다고 덜렁대지 않다는 건 아니다. 무지막지하게 덜렁거린다.)하다. 참, 다행이다. 난 왜 이렇게 멘털이 약한 걸까? 그래도 그런 상태가 오래 안 가서 다행이다. "오래"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에는 그리 "오래" 안 가는 것 같다. 다만, 아이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엄마가 사고당했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상황을 악화시킬까 봐 걱정이 된다고 한다. 자기는 덜렁거리는 타입이라 여러 사건사고를 당해서 익숙해져 있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아서 이렇게 당황하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엄마야말로 사건사고가 진짜 많은 사람인데, 저러다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러게?


다시, 오후의 나른한 행복으로 돌아와 보자.


이 시간이 제일 좋으다. 아이와 함께 햇볕 따땃하게 드는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은 것도 아니고 누운 것도 아닌 자세로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하는 이 시간이 내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뒹굴뒹굴하면서 수다도 떨고 TV도 보고 저녁 무렵에는 일몰을 감상하는데 일몰보다 더 멋진 것은 일몰 후 약 10분 뒤에 나타나는 붉은 노을이다. 지평선 전체에 붉은 기운이 좌악 깔리면서 사막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든다. 은퇴하면 제일 갖고 싶은 시간이 이 뒹굴뒹굴 타임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이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뭔가 그때 그 느낌이 안 난다. 초록초록한 나뭇잎이 부족해서인가 싶어 화분도 3개 들여보고 꽃도 갖다 두어 보았는데도 그 느낌이 안 나네. 나무늘보 같은 아이가 옆에 없어서인가? 나무늘보도 하나 들여야 하나? 내 추측인데 이건 그전 시간이 너무 편해서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아침에 아이 아침 준비하고 집 청소하고 이렇게 4시간 정도를 바쁘게 움직였기 때문에 그 시간이 그렇게나 행복했던 거다. 알지만 힘들고 싶지는 않다. 우째? 오늘까지만 좀 쉬고 내일부터 힘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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