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 영국의 한국 개 - 만두 이야기

너무 피곤한 5세 인생

by 은주
FB_IMG_1736097407285.jpg 3개월 만두

런던에 사는 친구가 대만으로 3주간 여행을 간다고, 강아지를 봐줄 수 있느냐는 말에 만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봐줄 수 있다"라고 했다. 도기 시터를 구하는 데 지난 5년간 애를 먹은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삼일째 되는 날, 만두의 행동을 보며 미소 짓기도 하고 장난감을 양보하는 만두를 보며 너무 훈련을 시켰나 마음이 쓰이기도 해서, 만두의 시각으로 하루를 기록해 보았다. 몰리는 태어난지 7개월 된 아직 아기 강아지이다. 만두는 훈련은 되어 있지만 13.45kg라 고집을 피우면 다루기 쉽지 않다.


집에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엄마가 어디서 이상한 애를 데려왔다.

밤에 나가서 아빠랑 마트에 가나 했더니,

간식 대신 시커먼 아이를 데리고 왔다 "몰리~" 하고 하이톤으로 부른다.
엄마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인데, 난 그 소리 들은 지 오래됐다.

그녀는 몸집은 나의 반의 반만 한데, 다리 길이는 내 두 배쯤 된다. 별로다…

그런데, 그녀가 내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할머니한테 선물 받은 새 모양 장난감 꼬리를 물어뜯었다.
‘언제 가져간 거지? 다른 것도 슬쩍한 건 없는지, 그녀의 침대를 좀 뒤져봐야겠다.’

20250408_163123.jpg

"몰리가 밥을 안 먹어서 걱정이네"
엄마가 아빠한테 말했다.

‘앗싸! 밥을 안 먹는다고?

좋은 정보다.

내 밥 얼른 먹고 그녀의 밥그릇에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만두, 몰리 밥에 기웃거리지 마!"
앗! 들켰다.


그녀가 또 사고를 쳤나 보다.

엄마가 "몰리, 안 돼!"라고 외친다.

저 말, 나한테만 하는 줄 알았는데… 왠지 꼬숩다.

몰리가 엄마가 아끼는 화초를 입으로 뜯으려다 딱 걸렸다.
덕분에 요즘은 "만두, 안 돼!" 소리를 좀 덜 듣는 것 같다.

엄마의 눈은 사방팔방에 달려 있다.

조심해야 한다.

20250411_120255.jpg

앗싸! 간식 타임!

몰리는 간식 때마다 빨리 달라고 발을 동동 굴린다.

바보.

엄마는 동동 굴리면 간식을 오케이 사인을 더 늦게 하는데.

나처럼 얌전히 있어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

몰리 때문에 입에서 홍수가 났다.

두 방울 떨어졌다.

그녀는 간식도 너무 천천히 먹는다.

맛이 없나? 부스러기 없나 싶어 슬금슬금 다가갔다

` 만두 노`아빠한테 들켰다.


그녀가 자꾸 내 물을 먹는다. 괜찮다. 밥이 아니면.

간식 먹을 때 그녀가 옆으로 온다.

`저리 가`라고 으르렁 한번 했다가 엄마한테 혼났다.

`친구한테 으르렁하는 거 아니야`

엄마는 그녀에게`자리로`를 가르쳤다.

`아 그건 내가 3개월 때 마스터 한 건데 그녀 엄마는 안 가르쳤나 보다.`

몰리는 '자리로'라는 소리에 엄마한테 애교를 부린다.

역시 그녀는 안 배웠다.


그녀한테 뺨을 두대 맞았다.

야무지게 움켜쥐더니 긴 다리로 오른쪽 왼쪽을 때렸다.

그녀는 개의 탈을 쓴 고양이일수 있다.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 한다.

‘어머니~ 고양이랑은 한방에 있을 수 없어요’

엄마가 으르렁거리는 걸 싫어해서 참았다.

눈물이 났다. 7개월짜리한테 두대 맞다니.

아! 다섯 살 인생이 너무 피곤하다.

20250104_132112.jpg
20250214_085132.jpg

* 만두는 웨이즈에서 태어난 웰시코기입니다. 영어와 한국말을 둘 다 알아듣는 영리한 멍멍이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투란도트 - 런던에서 울려 퍼진 한국인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