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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후나 Aug 31. 2024

#15: 2024-08-27, 일부러 천천히

오케이키 난임 커뮤니티 사업일기

1. 오늘의 업무


- 개발사와 연말까지 유지보수 계약: 10~12월을 베타 테스트 운영기간으로 잡았다. 그 기간 동안 제품(홈페이지)이 잘 정돈되었으면 좋겠다. 이 계약이 꼭 필요한데, 비용이 부담돼서 고민이 깊었다. 다행히 개발사에서 내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연말까지 함께 일하기로 했다. 우리 제품 맡고 계시는 개발자 2분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일하는 열기가 느껴져서 몇 번이나 감동받았다. 이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 PM님과 디자이너님 계약: 운명적으로 만난 두 분도 연말까지 계약했다. 이렇게 모실 수 없는 고급 인력인데 제품 취지에 공감해 주시며 거의 도와주는 차원으로 비용을 받으셨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다음 계약에는 좀 더 드릴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사람을 무척 가려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팀을 꾸리기 어려웠을 거다.

   

- 도연과 만나서 미니 인터뷰: 난임 세계의 목소리를 모으는 인터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연을 인터뷰했다. 언니가 아이 셋을 시험관으로 얻었는데, 언니를 곁에서 보는 가족 입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사주 본 이야기부터 유방 초음파 본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할 수 있는 우리인데, 나름 각 잡고 질문을 하니 바로 대답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선배, 아까 물어보신 것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하면서 장문의 문자가 왔다. 초보 인터뷰어라 질문을 던지는 게 아무래도 어색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장문의 문자를 시작으로 문자로 대화를 이어가며 의미있는 대화를 하게 되었다. 역시 물어야 얻을 수 있다, 답을.


- 셀프 인터뷰 질문 정리: 베타 기간에 난임 병원 등에 비치할 소개자료를 미래 유저분들께 보내는 엽서 형식으로 제작하려고 한다. 그 안에 제품 소개와 함께 스스로를 인터뷰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질문만 잔뜩 써놨는데 정리가 안된다. 


2. 오늘의 영감


- 어제 희북님에게 들은 말, "천천히 성장하는 기쁨을 음미하고 싶어요." :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인데, 시작한 지 1년 만에 4권의 책을 내고 한 권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무척 바빠졌고,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해서 기쁘지만 어색한 기분이기도 한다고 했다.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무 잘하고 있는데 지금 시점의 고민은 뭐냐고? 그리고 이 대답을 들었다. 눈치 빠른 그녀가 나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을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하는 것 같았다. 안 보이는 것을 꿰뚫어 보는 그녀에게 산만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리고 집에 와서 길게 일기를 썼다.

(일부만 옮기면)

희북님 말은 나에게 진짜 힘이 세구나.

어제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일부러 내 속도를 늦추자는 마음을 먹었다.

단지 그 생각을 했을 뿐인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초시계를 재는 마음이 아니다. 말벌 아저씨도 아니다. 그런데 일을 덜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초조한 마음이 없으니 에너지가 더 차오르는 것 같다.  

세상을 공들여 듣자. 차분한 마음으로.


3. 오늘의 고민


- 오케이키 콘텐츠 방향성을 못 잡고 있다. 타깃도 명확하게 잡지 못하고 있다. 리라님 말대로 발사 후 조준 권법으로 접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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