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together,가치없이 탈락되지 않게

아이디어 존중과 수용을 돕는 퍼실리테이션

by 기은경 KAY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회의에서 발산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구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올까? 나는 집단 의사결정을 돕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뭐 새로운 거 없어요?"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 회의에서 리더가 질문을 한다. 질문을 하라고 배웠으니 질문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바로) '쓸만한 뭔가'를 건져내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생각이 멈춘다. '그래! 좋아! 할만한 한 방을 날릴 아이디어가 뭐가 있지? 이런 거 이야기 했다가 말 듣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보다 내 아이디어가 더 좋아야 하는데' 그런데 '아 안 떠오른다...'


"물어봐도 답이 없고... 사람들이 말을 안해요. 생각을 안하고 사는 것 같아요"

"왜들 이렇게 열정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의실의 모습은 늘 있던 일이니 별수롭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늘 불편하다.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아이디어가 없는 것일까?


1. 처음부터 한방을 기대하지 않는다- Seed Idea 북돋기

처음부터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표현으로는 'seed idea'를 다양하게 꺼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브레인스토밍 원칙에 "양 속에 질"도 이러한 시도를 담고 있기도 하다.

한 방에 맘에 쏙 드는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것은 하나의 답을 내야 하는 '효율추구'와 '정답추구'의 한국의 학습문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사고를 통한 학습과 촉진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를 허무는 경험을 우선 해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하다.

어떻게 이를 촉진할까? 우리가 내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답이 아닌 'seed' 아이디어라는 점을 먼저 안내하자. 그리고 다양하게 의견들이 꺼내질 때 바로 판단하지 않고 아이디어 자체는 존중될 수 있도록 '좋다, 다른 어떤 의견이 있을지' 또 열린 질문을 통해 수용과 촉진을 돕는다.


2. 좋은 질문이 답을 좌우한다- 입체적 질문 만들기

그냥 다 꺼내보자도 도움이 될때가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된 질문, 설계된 질문이 효과를 낸다. 아이디어는 결국 우리가 가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 때문에 질문에 따라 아이디어의 질이 달라질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질문의 폭을 넓혀 열린 질문으로 크게 탐색하고, 답변을 그룹지어 더 깊이 들어가는 점들을 해볼 수도 있고, 답변이 잘 나오기 위한 다양한 측면의 질문을 구성하여 순서에 따라 답을 찾아가게 해볼 수도 있다. 또 때로는 다같이 질문을 만들어보고,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으로도 마련해볼 수 있다.


때로는 질문을 만들어 보는 시도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문제에 얼마나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고, 주로 질문은 윗 선에서 만들고 실무진으로 좁은 영역에서 답찾기에 골몰했었다면 질문 만들기를 통해 좀 더 높은 시선에서 이슈와 맥락을 보는 눈을 길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질문 만들기 시간을 가지는 시간을 갖는 것도 조직학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3. 아이디어는 어디에나 있다- 수용의 문화 만들기

위의 초기 예시 상황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의뢰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다. 실제로 퍼실리테이터의 개입이 잠시 없을 때의 상황을 보게 되면 시작부터 "좋은, 최고의 아이디어 찾기", "비난과 비판이 즉각적으로 날아오는"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살아남을 아이디어도 없게 되고, 서로 농담처럼 웃으며 비난하지만 사실 그 분위기는 조직 전체의 아이디어와 심리적 안전감을 자신도 모르게 낮추게 된다. 잘 해보려고 했고, 이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처음에는 익숙한 대로 행동할 수 있더라도, 초기의 그라운드룰을 함께 만들고, 실제로 익숙한 말과 행동이 일어났을 때 서로가 부드럽게 교정해주거나 퍼실리테이터가 편안하게 교정해주면(당신 틀렸어요!가 아니라 우리 이렇게 정했던 걸 환기시키는 정도의 개입이 좋다) 사람들은 그 과정을 놀랄 만큼 빠르게 배우고 적응한다. 그리고 안전해지면 서로의 의견을 잘 듣기 시작하고, 이슈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는 크게 개입이 없어도 '자신들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조직화하여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렴의 과정에서 당락을 우르르 그룹싱크를 통해 결정하려고 하는 상황이 혹시 일어나게 되면, 가치없게 탈락되는 의견이 없는지도 끈기있게 논의하게 하고, 최종 결정에 이르게 도와주면 된다.


가치없게 탈락되지 않는구나. 서로 존중하며 의견을 내고 그러면서도 가장 우리가 만족하는 아이디어를 결정할 수도 있는구나. 라는 경험이 생겨나게 되면 그 때부터는 팀웍도, 아이디어 회의도 재미있게 변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짚고 싶은 점은 '가치없게 의견이 탈락되지 않는구나'를 느끼는 그 경험의 포인트다. 이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은 building together 과정에서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현장의 변화들을 볼 때, 직업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 요즘은 현장과 잠시 떨어져있다보니 몹시 현장이 그립지만 또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많이 쏟는 일인데 떨어져 있는 것이 내게 회복과 사색의 여유를 주는 것 같아 좋기도 하다. 같이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또 현업에 적용해 볼만한 '생각거리'가 되었기를 바라본다.


이미지: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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