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

큰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by Jenny

ADHD에 난독을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더 많은 힘을 기울였다. 마음도 여리고 잘 하고 싶고 인정도 받고싶은데 쉽지 않으니까 아이는 늘 풀 죽어 지냈다. 그런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둘째는 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도 놀고 엄마랑 약간은 멀리 난독 치료도 다닌다.


반면 큰 아이는 독고다이로 스스로 하는 일들이 많다.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미국에서 느낀 것이었는데 워낙에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가끔 입을 열어 하는 말들이 세상에 재미가 하나도 없더라. 맨스플레인 그 자체.

내가 아이에게 특히 이야기해준 것이


"아들, 굳이 이야기 할 때 Figure를 말해 줄 필요가 없어. 하물며 그 Figure가 정확한 것도 아니잖아. 정확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니 말의 신뢰감을 떨어뜨려. 사람들은 정확한 숫자에 관심이 없어. 그냥 about으로 대충 이야기해."


그래도 아이는 그런 정확한 숫자로 이야기 하는 것을 선호하고 진짜 가끔은 화용언어 학원에라도 보내야하나 싶게 느껴진다.


어쨌든 그런 큰 아이가 미국 친구들이 그립다며 미국에 하도 가고싶다고 해서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무려 동부로 in 하여 서부로 out하는 일정이었다. DC in SEA out.


이번 여행에서 내 멋진 여자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아들의 베프인 AI 전문가 Arman 엄마 Madina

뉴로서전 언니 쎄미언니

트라우마써전 재우너

구글러 닥터진까지

다들 자기 자리에서 한 따까리 하는 여자들이다.


써전들은 싱글이고 나머지 둘은 일과 육아를 하느라 고군분투중.

아,

그 둘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써전들은 일과 자기 삶이 진짜 철저히 분리가 된 느낌

집에 오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다. 충전이 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집은 딱 내 취향으로 내 스타일로 세팅되어 있다. 수시로 자신의 일도 체크하는 여유가 있다. 그 모든 것을 진행하는 데에 <과함>이란 없다.


힘든 일을 할 수 있지만 충분히 매니지 할 수 있는 수준 처럼 보였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닌데 어짜피 그 일만 하니까- 그냥 최대한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것.


그런데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아이들이 먹을 음식

아이들과 남편이 어질러 놓는 집 정리

아이들의 생일파티

아이들의 병원(건강)

아이들의 감정정리

아이들의 공부까지...

이 모든 것들을 적절히 동시에 해야한다


그 일만 진행해도 이미 충분히 힘든데

저런 것들을 다하려면...

그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맞나?


그렇게 모두 달리다 보면 가끔 하는 여행도 모두 하나의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해야하는 TASK

아무리 일과 가정을 모두 잡을 수 있다지만

그건 그렇게 할 수 있는 특정 일 (로드도 적당하고 재택도 가능한)

혹은 특정 가정 (유니콘 같은 아이들과 아버지)

혹은 모든 것이 안정된 특정한 시점(엄마는 돈만 벌어오면 되요 라고 말하는 사춘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일도 가정도

절대 그 하나만 하며 사는 싱글만큼 잘 할 수 는 없단 것....

그니까 못한다는 걸 그냥 인정 하고 살아야한다.


교과서 읽기도 어려운 난독 ADHD아들을 키우면서

우울증이 깊은 아이들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불안장애가 있는 아들 감정선도 따라가면서 하기엔

회사에서의 1인분이 쉽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이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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