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연대, 존재만으로도 힘이되는 워킹맘 동지들-
아이들을 재우고 폰을 든다.
혼자서도 잘 산다고 유튜브에 즐거운 여행 브이로그와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 그리고 스스로를 채우는 영상을 아이가 깰까 핸드폰 빛을 가리며 조용히 본다. (정신 없어 이어폰도 없이 자막으로 본다)
"...부럽다"
그 가볍고 유쾌함이, 자유로움이 한 없이 부럽다.
옆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회사에서는 내가 1인분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집에 와서 아이들을 보면 나는 똑바로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걸까?
이럴 거면 아이를 낳지 말걸 그랬나?
이렇게 뭐 하나 제대로 못 할 거면 낳질 말았어야지.
또 시작된 자기반성.
워킹맘 Vlog 같은 것을 또 검색해본다.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꺼야.
아쒸. 다들 예쁘고 멋있고 잘 한다.
친정엄마나 도우미 이모님의 손을 빌었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잘할 리가 없어...
"...부럽다"
대학 친구들의 카카오톡을 훑어본다.
괜히 메시지를 보낸다.
"ㅇㅇ아, 잘 지내? 회사는 잘 다니고 있어? 아기는 잘 크니? 진짜 힘들지 않냐? 우리 한 번 만나~"
대답이 없다 한참 후에야 대답이 온다. "어찌저찌 산다."
그럴 때 정말 벅찬 기분이 든다. 오 동지여.
"나만 이렇게 일과 육아 사이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 너도 그렇지? 그래 우리 모두 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는거야."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스스로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산업의 일꾼' 친구들이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워킹맘 친구들. 그들이 낙오하지않고, 그 자리를 잠시 쉬어갈 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묵직한 성공을 이루어내지 않더라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었다.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야. 모두들 다 힘들어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 나도 할 수 있을거야"
나중에 그 많던 알파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얼마나 멋지게 살고 있을까? 라는 에세이를 꼭 써서 이 멋진 여자들의 하루 하루를 알려줘야지. 우리 멋진 언니들의 일상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짐도 해본다. 가슴이 막 뜨거워진다. 그 날은 도대체 언제 오는걸까 (그녀들은 대부분 SNS 할 시간도 없다ㅠㅠ)
어느 날은 다 같이 모여 하소연 하면서
"워킹맘 10년 하면 다 우울증 약 먹는대~" 깔깔거리며 남 이야기 하듯 이야기한다.
그 우울증 약 내가 먹게 되기 전 까지는 나도 몰랐다. 이게 이렇게 진행되는구나.
워킹맘이 제 정신으로 사는 것이 정말 힘들구나.
인생이 이렇게 원래 터프하구나.
아이를 낳고 나서 조리원에서는 아이 잘 낳고 오라며 밥 사준 회사 여자 선배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들은 과연 적이었나 동지였나. 왠지 웃던 얼굴이 적 같기도 했다.
애 낳는 것이 그런 건지 진짜 몰랐다. 와 인간이 아직도 아이를 이렇게 원시적(?)으로 낳는다고?
30년 살면서 내가 포유류라는 것을 그 때 가장 적나라하게 느꼈다.
"그 언니들이 아이 낳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뭘까? 내가 진실을 알면 혹시라도 출산에 동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가 아닐까 의심했다.
아이 낳고 10년이 흐르고 나니 나도 이제 약간은 알 것 같다.
이 여러 가지 오색 찬란한 맛의 인생을.
갑녀 을녀 모두 아이를 낳고 키우니 나도 당연히 쉬이 할 수 있는 출산인 줄 알았던 것 처럼
워킹맘 우울증 약 모두 주머니에 있다는 말도 당연했다는 것을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한국에서 애도 키우며 일도 하는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긴 시간 달리다 넘어져 나를 돌아보고 아이도 돌아보며 알았다.
그리고 나를 닮아 쉽지 않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생이 뭔지 더욱 더 깨닫고 있다.
나도 알려주고싶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
내 정신을 챙기며 일도 챙기는 방법에 대해. (참고로 잘 한다고는 안 했다)
겉에서 보기에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아보이던 내가 실제론 얼마나 허우적거렸는지,
그 끝에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앞으로 더 자랄 예정인지 이젠 나도 희망을 이야기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