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잘 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어

15년차 워킹맘, 옆 자리 후배 맘도 모르는데 아이 맘을 알리가?

by Jenny

회사 생활 15년차, 이제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들도 있다. 40이 다 되어가는 판에 내 옆엔 나보다 젊은 사람이 더 많다. 어느 날은 얘가 나를 그래도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나? 하다가도 어느 날엔 아 얘가 나 싫어하나? 나 꼰대인가? 이런 걸 고민하는 때가 온 것이다. 방금 그 친구가 한 행동은 내가 이걸 잘못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 괴롭다. 회사생활에서 일 만큼 힘든 것이 인간관계다. 피곤하다 생각하며 집으로 온다.


오늘 따라 아들들은 왜 이리 나에게 짜증이지?

"오늘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별 일 없었어~?"

"없어"


"뭐 재밌는 일 없어~?"

"기억 안 나는데?"


하 워킹맘은 '퀄리티 타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집에 오면 피곤해 죽겠는데 아이들 밥도 내 밥도 챙겨야한다. 난 사실 이미 너무 배가 고파서 그로기 상태다. 왜 아이들은 아직도 밥도 안 먹었고 샤워도 안 했을까? 피곤하다.


갑자기 회사생활이 떠오른다.

내 옆에 붙어 하루 8시간이 넘게 근무하는 후배의 생각도 예측이 불가능한데

하루에 함께 지내는 시간이 2시간 남짓인 아이의 생각을 내가 알 수 없는거 당연한 것 아닌가?

하물며 세대차이는 더 많이 난다! 저 작은 머리통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일단 내 얘기부터 해보자.

"엄마는.... 오늘 같이 일하는 이모 때문에 좀 속상했어. 그 이모가 일할 때 엄마를 좀 싫어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더라. 일이 너무 힘들었나..싶기도 하구. 이럴 땐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갑자기 아들2가 대답한다.

"아 나도 유준이 때문에 유치원 가기 싫은데. 엄마도 그래? 난 걔가 무서워."


헉..

이건 또 무슨 소리야ㅠㅠ 이건 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거야.

말 해보라고 해놓고 또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에서 훅 들어오면 나도 준비 안 되어있는데.ㅠㅠ


정신을 가다듬고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걔는 맨날 나를 꼬집어. 그러면 나는 책상 아래에 숨지. 마치 소라게처럼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숨으면 걔가 공격할 수 없으니까"


아이들 간의 갈등이나 어려움이야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늘상 있는 일이겠지만, 오늘 '평소와 다르게' 한 번 내 얘기를 해보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맨날 괜찮다고 했잖아. 얼마나 오래 그래왔던 걸까. 별 일 없다는 말이 진짜 별 일이 없었단 말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또 마음이 무너진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 다행이지. 마음을 다잡는다.


"응 걱정하지마. 엄마가 내일 유치원 선생님이랑 이야기 나누어볼게."


다음 날 바쁜 와중에 키즈노트에 아이의 말들을 길게 남겼다. 회의를 들어갔다. 선생님 전화가 와 있다. (이미 못 받음^^)


한편으론 '아 모를 때가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날 괴롭히는 사람보다 내 아이를 괴롭히는 사람이 더 내 맘이 힘들다. 우리 아이는 무슨 생각일까? 뭐 잘 모르겠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선생님이 잘 이야기 해보겠다고 하신다. '그래~ 샘!! 샘만 믿어요!!! (아이는 나 혼자 키우는게 아니니까!!!! 정신승리!!!!)' 하지만 마음이 안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다.


퀄리티 타임....말이 좋지,

아이들에게 자 오늘 브리핑 해봐! 한다고 해서 회사에서처럼,

네 어머님! 오늘은요!

하고 오늘의 일을 일목요연하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구나 또 깨닫는다.

빌드업, 빌드업이 필요하다.

시간거지인 워킹맘에게 엄마 노릇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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