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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일 Jan 29. 2024

동대문에 베트남이 있다고요?

베트남의 맛을 찾아서...  

"그 날 내 생일인데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일주일전, 친구 G의 생일날 

G와 H이 만나서 함께 간 베트남 디저트 카페에서 맛난 코코넛두리안 빙수를 먹다가

그걸 무지 좋아하는 내가 떠오르자 H가 카톡을 보냈다. 


"오늘 우리 만났어!" 

"응? 왜 둘이 만났어? 나도 불러야지!! 나 오늘 서울 갔다가 일찍 들어왔는데 연락해볼걸 그랬네~" 

"서울에 오면 연락하라니까..." 


누가 들으면 서울과 한참 떨어져 사는 사람이 오랜만에 서울에 다녀가는 줄 알겠지만 

경기도, '흰자'에 사는 사람! '노른자' 서울을 수시로 드나드는데

서울사는 사람은 아주 쉽게 "서울 오면 연락해~" 한다. 

내 친구 G와 H도 미리 약속을 잡아 만나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서울에 오는 날 말하라고, 그럼 만나자고 하곤 했다. 

그날도 나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서울에 왔다가 8시 30분즘 끝나 집으로 돌아왔는데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 누구라도 '서울사람' 친구에게 전화를 해볼까, 마침 G와 H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갔겠지 하며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집에 왔던 터라 더 아쉬웠다. 

알고 보니, 둘이 만난 이유는 G의 생일이었다는 것! 

직장 동료 사이였던 둘은 해마다 그렇게 생일 당일에 만나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연례행사. 


평일에 멀리 나오게 할 것이 미안해서 말을 못했는데 막상 맛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다 보니 

내 생각이 절로 났다며 연락을 준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얼굴 보며 영상통화를 잠시 하고 축하를 전했다. 곧 보자며...!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H와 G와 함께 있는 방에 H가 24일에 시간이 되냐며 물었다. 

그 날이 H의 생일이니 만나자는 것인데 암... 되고 말고!

그리고 동두천에서 일하는 벗, K도 불러냈다. 그녀도 단번에 오케이해주었다. 

그렇게 서로 어긋나 성사되지 못했던 송년 모임이 신년 모임+생일파티로 연결되었다. 

 

어디를 갈 건지 정할 필요도 없었다. 

안산, 동두천, 서울에서 일하는 우리가 만난다면 10의 8은 동대문이다.

H와 G가 함께 일했던 곳이 근처이기도 하고, 그곳에는 '베트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만남을 추억하며 계단에 수를 놓았던 등과 설날 장식을 모아 한 장에 그렸다. 


한국에는 국경을 넘어 고향을 떠나 사는 이주민들이 많다. 

그들이 이동하면서 문화 역시 고스란히 옮겨져 왔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먹거리다. 

세계회의 흐름으로, 바다 건너 낯선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경험도 늘어나다 보니 

현지에서 즐기던 음식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본은 이 흐름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고향의 음식을 소개하는 이주민 사장님들 역시 늘어났다. 

제아무리 프랜차이즈의 시대라고 하지만, 현지의 음식맛을 재현하는데는 손맛이 중요하기 마련.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골목골목을 찾아다니곤 한다. 

우리 셋은 베트남이 고향인 G의 소개로 동대문에서 '작은 베트남'을 만날 수 있었다. 


주인이 직접 만든 빙수는 봉지에 들어 시판되는 것보다 덜 달고 맛나다.  


쌀국수, 반쎄오, 넴, 분짜 등 이제는 한국에서 대중화된 음식들...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면 쌀국수 한그릇에 1만원 중반대 나가기도 하는데 

베트남 출신 이주민들이 주로 찾는 동대문의 베트남 식당들은 저렴하기까지 하다. 

수를 다 세지 못할 만큼의 메뉴들로 가득~~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건 베트남어로 쓰여진 메뉴판이라 선주민들만 가면 당황할 수 있지만 

요즘은 번역 어플도 잘 되어 있고 대표적인 메뉴는 사진이 붙어 있어서 요령껏 고르면 된다. 

(먹고픈걸 먹으려면 베트남어 주요 단어 정도는 섭렵하는 것도 좋겠다.)  

간혹 친절하게 한국어 메뉴판을 건네는 곳도 물론 있다. 


보통은 1차로 베트남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2차로 디저트를 먹는데 

이 날은 H가 양꼬치가 먹고싶다 하여 바꾸었다. 

그리고 G의 단골, 베트남 디저트가게를 찾아갔다. 

건물 2층에 위치한 가게는 외관상으로도 "여기는 베트남이오~"라고 말해준다. 


카페 어다우 : 동대문역 1번출구와 가깝다. 서울 종로구 창신길 19 

베트남 전통커피부터 따뜻한 차, 밀크티, 빙수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수십가지가 된다. 

커피는 연유가 들어간 커피뿐 아니라, 아보카도, 코코넛, 계란, 소금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집의 시그니쳐는 빙수인데 완두콩, 두리안, 잭푸릇 빙수 등 가지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다.

우리 넷은 '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리지만 쿰쿰한 향 때문에 몸서리 치는 사람들이 많은 '두리안'을  

모두 좋아해서 두리안 빙수 하나와 잭푸릇이 들어간 요거트 빙수 하나를 주문하고, 

코코넛 커피를 추가했다. 

배는 부르지만 그린망고의 상큼함을 놓칠 수 없었고, (Best)라고 적힌 반짱쫀도 시켰다. 

넷이서 각자 먹고픈 걸 골랐더니 한상 가득 차려졌다. 


커피와 코코넛의 어울림이란.. 안먹어본 사람은 말을 못한다. 물론 코코넛밀크도 호불호가 있다. 
반짱쫀과 생망고 


반짱쫀은 처음 먹어보는 메뉴였는데 길거리 간식으로 유명한데 쉽게 말하면 라이스페이퍼 무침이다. 

매콤 달콤 새콤한 맛인데 라이스페이퍼가 쫀득쫀득하고 함께 들어있는 소고기 육포, 튀긴 마늘, 메츄리알, 

땅콩 등이 구색과 영양을 맞춘다. 

망고하면 노란 망고를 떠올리겠지만, 여기서는 겉은 어여쁜 녹색이고, 안은 아오리사과처럼 아삭아삭한 

그린망고가 인기이다. 새우가루와 고추가루, 소금을 혼합한 가루로 범벅을 해주는데 먹다 보면 입안은 축제!


흔하디 흔한 아메리카노가 나오는 카페 말고

베트남의 맛이 펼쳐지는 곳에서 한참을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여기가 어디인가 싶다. 

고개를 돌려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는데 피식 웃음이 나와 버렸다. 


"Hello V.N Hair"

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디자이너가 머리를 만져주는 곳, 베트남이 고향인 사람들이 드나들며 예뻐질 저 곳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미용실은 비단 머리만 매만지는 곳이 아니다. 

근심걱정 털어내고 새롭게 변신하며 기분전환할 뿐 아니라  

그렇더라 저렇더라 하며 시시콜콜한 수다를 늘어놓을 수 있는 공간, 

타향살이 하는 여성들에게 이만한 사랑방도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만큼은 부대낌없이 편안하기를...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그 곳에 갈 리는 없겠지만   

그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을 남겼다. 



동대문! 

야구장이 있었고 시장, 의류와 악세사리 종합상가로 유명한 동네가

어느새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베트남을 좋아한다면, 당장 돈과 시간을 내어 떠나기가 어렵다면 

동대문역을 찾아가 봐도 좋겠다.  

(쌀국수 맛집은 다음에 또 소개하기로) 


그리고 우리는 

'작은 베트남'을 떠나며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날을 잘 만들어서 

G의 고향으로 여행을 한번 꼭 가자고 약속하며 다짐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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