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리는 그림

그림 그리는 시간이 그리웠던 사람

by 삼일

엄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화실을 알아보다가 멈추고 알아보다가 멈추고 끝내 그리고팠던 유화는 아니었지만 엄마 손에는 어느새 붓펜이 들려 있었다.


엄마가 그림을 배우기로 한 곳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교실이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루어지는데 그 중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어반스케치 교실이 엄마 눈에 들어왔다. 수강생은 총 10명. 그 중 엄마가 나이가 제일 많다고 했다. 나이를 서로 공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겉보기에 그랬다는 것 같은데 어쩌면 엄마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I'를 타고난 엄마에게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두어시간 꼬박 함께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리는 일에 집중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른다고 하셨다. 친목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도 조금씩 하며 친밀해지고 있다고도 하셨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수년째 그림을 배우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손바닥만한 스케치북에 지도책의 그림이나 직접 미리 찍어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시작이었다. 고체 물감에 붓펜을 활용하여 그리는 그림은 수채화가 되었다. 모름지기 수채화는 그리기 기법 중에서도 어려운 축에 속한다. 물감을 물에 풀어서 농도를 조절하며 그리는 그림인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도 학교 다닐때 가장 어려워했던 것이 수채화였다. 내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그만큼 쉽기 때문인데 엄마에게 색연필을 드리며 그려보시기를 권했으나 수채화가 재밌다며 사양하셨다.


화실에서 유화를 그렸다면 멋드러진 이젤에 커다란 종이를 앉혀두고 큰 그림을 그렸겠지만 작은 종이는 그런대로 짧은 시간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 엄마에게 일주일 두시간은 오롯이 그림에, 엄마에게 집중하는 때였다. 엄마는 그렇게 한 학기를 꼬박 매주 수요일을 즐겁게 보내셨다. 그러면서 한 장, 두 장 엄마의 그림도 늘어갔다. 그렇게 엄마가 엄마를 위해 쓰는 시간도 늘어갔고 가만히 앉아 그림을 그리며 슬며시 웃는 엄마 얼굴이 보기 좋았다. 이른 새벽에 시작하는 엄마의 하루는 이제 그림을 그리며 열린다. 어떤 날은 엄마 앞에 앉아 나도 내 그림을 그렸다. 둘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아빠가 거실로 나와 살펴 보시며 "화실이 따로 없네" 하셨다.


그렇게 우리집 식탁은 밥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림그리는 책상이 되었다.


KakaoTalk_20250107_075223857_07.jpg 일본-구라시키 미관지구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두고 숙소에서 바로 그리신 그림
KakaoTalk_20250107_075223857_09.jpg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카페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


KakaoTalk_20250107_075223857_08.jpg 선생님이 권해주신 교과서 속 그림을 보고 그림
KakaoTalk_20250107_075223857_23.jpg 옛동네 그림도 그려보시는
KakaoTalk_20250107_075223857_24.jpg 어느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동네 슈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도 마음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