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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일 Jun 12. 2023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하늘을 올려다 보며 사는 삶 


작은 것에, 자연에 특별히 관심을 더 두는 나는 주변을 살피며 걷는 것을 즐긴다. 

드라이브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창밖을 살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도취되는데 이건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이기도 하다. 

운전하면서 취했다가는 큰일 날 테니까... 


어제는 포천에 행사가 있어 가게 되었는데 예보에서 오후에 폭우가 내린다고 한 날이다. 

전 날, 동두천에 있을 때 한시간 조금 더 되는 시간동안 몰아친 비바람을 생각하니 이거 행사에 지장없으려나... 걱정이 앞섰다. 몇번이고 행사를 담당하시는 분께 "큰 비 소식이 있는데 계획 변동없나요?" 여쭈었고, "비와도 끄떡없는 텐트를 칠테니 걱정마시고 오셔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바람이 불어 버리면 비가 안으로 들이칠텐데...' 걱정은 걱정을 물고 다닌다. 


그런데 왠일! 반 나절 사이에 예보에도 변동이 생겼다. 비 소식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 오후 4시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가 전날 호우 경보가 떴다가 다시 맑음으로~ 전 날에 다음 날에 올 비까지 다 내려준 것일까? 감사한 일이다. 행사 준비하려 고군분투 애썼던 사람들 얼굴이 찌푸려지는 일이 없을 테니까. 


쨍하고 화창한 날씨는 하루 종이 계속 되었다.   

행사를 잘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내내 하늘을 살펴 보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을 자주 하다 보면 어쩜 하늘의 세계가 저리도 변화무쌍할까 싶다.

구름이 가리는가 하면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위치와 모양도 올려다 보는 재미가 있다. 

토끼가 뛰어 다니기도 하고, 강아지 얼굴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연을 보며, 하늘을 올려다 보며 감탄하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할테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들에는 고개 숙여 다니느라 바빴다. 

(물론 땅을 바라보는 일도 즐겁다. 어느새 자란 풀들, 들꽃들 사이사이 날아다니는 나비, 벌, 기어다니는 작은 생명체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힘이 빠지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동안에는 시야에 어느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푹 기운이 꺼진 상태로 혹여라도 넘어지지 않게 겨우겨우 터벅 터벅 발걸음을 옮겨 붙이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깔아뭉개진 자아를 탈탈 털고 일어난 어느날부턴가 

내 두 뺨에 볕이 닿도록 얼굴을 들고 걷기 시작했는데 날이 갈수록 고개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살피게 된 하늘은 '그래! 잘하고 있어. 괜찮아 괜찮아' 하며 말해주곤 했다.  

누가 뭐래도 하늘만은 내 편인 것 같아서 절로 어깨가 펴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비록 손 닿는 곳은 아니지만 

저 멀리 있어 아득하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하늘' 

폭우가 쏟아지고 맑게 개인 하늘은 종일 자기의 존재를 화려하게 드러냈다. 

덕분에 '아 오늘 하루도 잘 살았구나. 내일도 희망해!' 할 수 있게 되었다. 

행사에 함께 했던 모든 이에게 하늘의 기운이 전해졌기를.... 




누가 그랬지. 

"그래 우리 가끔 하늘을 보자."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 행사 이야기는 따로, 다른 어느 날 적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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