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고민의 장으로 떠납니다.
이곳이 과연 내가 찾던 '좋은 회사' 일까,란 기대감과 일일보고와 회의시간, 인원이 바꼈을 뿐 별 다를건 없지 않을까,란 걱정이 함께 공존했을 무렵이었다. 팀장님이 내게 물었다. 일하는데엔 별일 없죠? 라고. 그때는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타사에서도 비슷한 부류를 런칭하고 있었으며 그때문에 내가 하루빨리 투입되어야 했던 시기라 회사 입장에선 매우 급박하고 중요한 때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회의를 했던 때에 내가 받았던 느낌은 서비스를 만드는데에만 그저 급급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여느 회의와 다름없는 진행이었는데, 나는 왜 그렇게 느꼈을까?
이직한지 1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문득 일하는 것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라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서비스 플로우나 UI에 대한 의문이 있을 시 이것을 즉각 기획자와 얘기할 수 있었으며 타사와 비교하고 좋은 사례를 찾아 나가는 등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작업을 넘어 서비스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이 화면에는 이런 배치가 맞지 않을까요? 라는 단순한 지적부터 이 화면은 여기서 나오는게 맞을 것 같은데.. 라는 기획적인 부분까지 함께, 많이 고민했다. 타사에서 좋다고 느꼈던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꼈던 과거와 달리 틀렸다고 느끼는 부분을 함께 수정해나가는 작업이 재밌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나도 좀 더 성심성의껏 찾아나갈려고 했었던 것 같다.
맞다. 나는 전 회사에서 타사를 그대로 따라가려는 것과 더불어 타사를 참고하여 일방적으로 그려낸 화면에 의문을 느꼈었다.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는 것을 끌어온다 했을 때 그것을 우리 서비스에 과연 그대로 가져와도 될까? 란 고민이 없다는 것은 맞지 않는 조립을 억지로 끼워맞추려는 것이다, 란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멋진 조각인 것은 그것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나오기 까지 충분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진행하는 서비스에서 타사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려는 것을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는 행동들이 있었기에 나스스로도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내 굿즈를 만드는데 있어 일정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라고 지시받았었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좋은 굿즈라는 것은 알만한 제품이었다. 허나 그 굿즈가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회사가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아이덴티티가 녹아 들었던 것이었고 그래서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단순히 예쁜 겉모양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게 된 기획에서부터 단계별로 나아갔기 때문인데,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그저 모양 그대로를 따라하라고 하니 내가 디자이너로서 이 회사에 더 있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었던 것 같다. 해당 굿즈를 만드는 디자이너도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타사의 굿즈를 믿을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를 믿어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며 좋다고 느꼈던 것은 대표님이 내게 사용자들이 찾지 못하는 서비스에 대해 화면을 어떤식으로 풀어가면 좋을까라는 고민을 털어 놓았었던 때였다. 화면안이 복잡하기도 하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든 ui 였는데 본질적으로 무엇을 고쳐나가야할지 물어본다는 자체에 놀라움과 함께 이것을 어떻게 풀면 좋을까 하는 책임감이 생기게 해줘 이런저런 고민을 열심히 했던 것으로 생각난다. 다행히 내가 제시한 ui가 좋게 받아들여져 적용하는데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잘 풀어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떤 서비스던지 타사보다 먼저 우위에 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언갈 실행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ui와 ux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느슨하게 디자인을 해나가는 것은 어떠한 회사에서도 하지않을 것이다, 내가 말할려고 하는 것은 서비스 기획에서 제시되는 것만으로 밀고 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에게도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지 더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서비스 스토리보드를 보고 디자인을 해나가는 것은 동일하나 사전에 기획서에 대한 회의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기획자가 정해놓은 플로우에 따라 그대로 그림을 그린단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 맡은 프로젝트에서는 ui를 디자인할 수 있는데에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컨셉을 정하는데에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을 공유하고 서로가 의견을 내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온 ui를 디자이너가 고민하고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다려줬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앞선 팀장님의 질문에 나는 '별일 없습니다.' 라고 얘기했다. 일을 하는데에 차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ui를 풀어나가는데 급급하지 않아도 됐으며 혹여 급하다 한들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어떠한 서비스를 만들던지 위에서 말한 것들은 비단 디자이너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협업에 관련된 모든 작업자들에게도 중요할 것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가볍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