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잡지교육원 연수생이자 나의 소중한 친구와의 인터뷰
* 포스팅 최하단에서 인터뷰 전문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슬마저 차가워진다는 한로(寒露)를 지나 서리까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가까워지고 있네요. 어제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바깥으로 자잘한 우박이 쏟아지는 것도 목격했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땀을 식히려고 외투 안에 꼭 반팔을 갖춰 입고 다녔었는데, 시간이 빠른 건지 계절의 변덕인 건지 하여간 종잡을 수 없는 요즘입니다.
매번 흥밋거리로 무장한(?) IT 카테고리의 포스팅만 업로드하다가 알려드릴 소식과 함께 개인적인 근황도 전해보고자 이렇게 포스팅을 써내리게 됐습니다. 저는 7-8월부터 커리어 재정비에 들어갔고, 요즘은 2022년 하반기를 맞아 이곳저곳에 지원서를 넣고 있어요.
제가 취업 준비를 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공간은 사진에서 보이는 컴퓨터 책상 앞인데요. 벽면에는 전시회, 소품샵, 박람회 등에서 구해온 포스터와 함께 작은 엽서 한 장이 붙어 있어요. 엽서에 적힌 내용을 읽어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취직이 절실하면서도 이상한 인격체들이 모인 곳에 내 영혼을 저당잡히면서까지 직장인이 되지는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 건방질지 모르지만 나를 뽑아 주는 회사라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일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충분히 궁리하고 셈하고 싶었다. 회사가 나를 선택하듯 나도 회사를 선택하고 싶었다.
― 김소망, 『세계 여행은 끝났다』 中
직접 읽어본 책은 아니지만, 어떤 중독적인 충동에 휩쓸리려 들 때마다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취업 사이트, 기업 조사 자료, 문서 프로그램 등등을 좌르르 세팅해두고서는 이 글귀를 눈에 담으며 일과를 시작합니다.
대학교에 들어가 처음 소설을 공부할 때,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수업 자료로 소개 받았었습니다. 소설을 어떻게 쓰고 읽어야 하는지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작품이지만, 무엇보다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수집해나가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작품 속에서는 큰 상실을 겪은 중심 인물들이 동네의 작은 빵집의 주인이 구워준 따끈따끈하고 향기로운 롤빵이 그들에게 계속해서 살아갈, 작지만 강력한 힘을 줍니다. 이 엽서 속 글귀는 대한민국의 비상경 문과 출신 20대 여성 취업준비생인 저에게 참으로 롤빵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그리고 저는 약 일주일 전, 사랑하는 친구 L과 레몬 파운드케이크를 먹었습니다. 면대면으로 만나는 건 2년 만이었고, 민망하게도 팬데믹을 변명 삼고 싶었지만 "왜 진작 만남을 갖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 만큼 기분 좋은 나들이였어요. 비록 구름이 켜켜이 낀 날씨였지만, 그마저도 이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L은 저의 대학교 동기이고, 그러니까 저희는 함께 문예창작을 전공한 친구들입니다. L 외에도 수많은 동기들과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교류하며 지내는데, 이 친구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짜르르 통하는(?) 삘이랄 게 있어요. 그래서 오랜만임에도 L과 만나자마자 각자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으며 서로가 행복하다고, 또는 불편하다고 느끼는 지점을 기민하게 포착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희가 만났던 목적은 인터뷰 때문이었습니다. L은 현재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국비교육을 듣는 연수생인데, 과제를 위한 인터뷰이를 구하고 있었어요. 저는 단톡방에 냉큼 '내가 할래!'라는 메시지로 자리를 선점해버렸습니다. 저는 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L이라면 저의 이야기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국비교육생 출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희 집 근처인 신동카페거리에서 만나 장장 5시간 동안 놀며 쉬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L이 쥐여준 휴대폰을 입 가까이 대어가며, 제가 이제껏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갈 길을 또박또박 녹음했어요. 사실 L이 워낙 열심히 준비해온 덕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다만 필요한 건 자기 확신이었죠. 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속 앤 부부가 맛보았던 롤빵처럼 향기로운 레몬 파운드케이크를 먹으며 즐겁게 저의 썰(?)을 풀고 왔어요.
L은 자신을 도와주어 고맙다고 말하며 밥까지 샀지만, 오히려 제가 L에게 더 감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인생에 깃든 수고로움와 희망어림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터뷰는 문학도로서 IT 기업의 PM으로 발을 내딛는 여정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 소개, IT로 커리어 전환을 했던 배경, 취업에 있어 문과로서의 이점, 끝으로 저의 꿈과 비전까지 몽땅 담겨 있어요. 낯선 분야였을 텐데도 성심성의껏 저의 목소리를 받아적고 다듬어준 L에게 다시 한 번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아래로는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 몇 가지를 인용해두겠습니다.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치열한 문과 취업전선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은 청년이 있다.
대학 시절 소설을 쓰다 IT 회사 프로덕트 매니저로 전향한 스물다섯 김은미 씨다.
(…)
김은미 씨는 자신이 새로운 직무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소설가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경험” 덕분이라 말한다.
- PM 직무와 소설 쓰기는 어떤 점이 닮았나요?
"나 자신만 보지 않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야 한다는 점이요.
소설을 쓰고자 하는 마음도 항상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찰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고개를 들어 '세상과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면에서 소설 쓰기랑 닮았다고 생각해요."
"PM 직무를 선택한 건 제가 문학을 선택했던 이유와 비슷해요.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이런 삶도 있어요' 하며 글로 옮기는 사람이죠.
우리 각자에게는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들이 다 있어요.
저 또한 작가처럼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을 세상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고요.
저는 그 가치를 문학을 통해서가 아니라 IT의 '플랫폼'이라고 하는 광장에서 이루고 싶어요.
더 빠르고 확실하게 시공간의 제약 없이도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게요."
"사람들이 더 '잘' 목소리를 내고 모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게 제 꿈이에요. 사람들이 광장에 입장해서 나갈 때까지 긍정적인 경험을 누리는 모습을 파수꾼처럼 멀리서 지켜보고 싶어요."
* 위 링크에서 인터뷰 전문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