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mily in Pangyo
Jul 20. 2020
몇 년 전. 무덥던 날씨가 쌀쌀해지던 어느 날, 내 삶의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러한 태도로 살아야지 라며 마음속에 무언가 크게 확 들어왔던 날이 있다.
친구는 갑작스레 우리 집에 왔다. 저녁 9시경, 갓난쟁이 아기가 막 잠들 무렵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자주 만났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속 깊이 응원하고 기도해오고 있던 친구였기 때문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집으로 온 친구와 애들을 재우며 대화를 나누다가, 남편이 퇴근을 하자마자 밖으로 나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카페 마감시간이 다가왔다. 카페를 나와 주차된 차까지 걸어가는 길에도, 다시 집으로 오는 길에도, 비상 깜빡이를 켜고 집 앞에 주정차는 순간까지도 부잡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마 오늘의 만남 후에는 다음 만남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친구가 물었다. "은미야, 있잖아 그거 알아? 진짜 비밀인데..."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몇 년 전에 말했던 이야기인데 친구는 까먹은 것 같았다.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본 적은 없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다시 귀를 기울이고 마음으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느꼈다. 내가 바라는 나의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말이다.
말한 사람이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내가 들었다는 것을 티 내지 않는 것.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뒤에서 조용히 기도해 주는 것. 누군가의 아픔이 관계의 권력이 되지 않게 하는 것. 내가 바꿀 수 없는 모든 것들에서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 그리고 다시 기도하는 것.
나의 30대는 이 마음을 잊지 말고 살아야지라고 다짐했던 그 날을 다시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