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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26. 2022

두통

두통이 있다. 머리를 짚어본다. 혹시 열이 있나? 없다. 오늘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았나? 벌떡 일어나 물컵에 물을 채워 몇 모금 마셔본다. 


요양원에 계시던 엄마를 응급실로 모시고 갔다가 여섯 시간 만에 복귀시켰다. 꽤 오랜만에 엄마를 봤다. 검사를 받기 위해 간호사들이 환복 시킬 때 멀찌감치 엄마가 보였다. 처치 후 상태가 호전될 동안 보호자 구역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요양원으로 돌아가는 길, 구급차 안에서  비로소 엄마를 만질 수 있었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차는 덜컹거렸고 침대에서 엄마가 밀리지 않게 잡았다.(이용한 사설 앰뷸런스는 벨트도 없었고 불친절했다.) 사이렌 소리는 안에서도 들렸다. 청력이 많이 떨어진 엄마와 대화는 힘들었다. 서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이제 괜찮을 거다, 엄마도 조심하라 같은...  마스크 때문인지 내 이름을 불렀다가 동생 이름을 불렀다. 내내 한쪽 손을 꼭 잡았는데 따습지가 않다. 날이 너무 춥다. 제대로 마무리 인사도 못했다. 


요양원에 다시 도착했을 때, 대기하고 있던 친절하고 싹싹한 젊은 남자 요양사는 감기 걸리시면 안 된다며 아주 민첩하게 엄마를 휠체어에 옮긴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함께 사라졌다가 혼자 다시 나타났다. 너무 걱정 말라고 위급해지면 즉시 다시 연락하겠다고 한다. 혹시나 면회가 가능한지 물었다. 단 한번 임종이 임박할 때 만 허락된다고 했다.


집에 돌아왔다. 그때 처음 머리가 아팠다. 전화벨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란다. 엄마 상태가 궁금한데 내가 먼저 걸진 못하겠다. 동생들을 통해 안부를 듣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 돌아오는 길에 의료기기 상사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환자용 침대 대여비를 묻고 명함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엄마가 다시 한 발 한 발걸음을 떼는 꿈을 몇 번이나 꾸었다. 

너무 기뻐서 울다가 눈을 떴다. 진짜 같았다. 눈을 떴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꿈이 아닌 줄 알았다. 마지막 보았던 뼈 만 남고 근육이 모두 사라진 엄마의 다리를 꿈에서는 잊었다. 그러니 꿈이었다.  엄마를 집으로 모실까 생각해보았다. 사랑이면 다 되는 게 아니었던  기억 때문에 마음이 힘들다. 마음이 힘드니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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