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된 게으름뱅이’라는 전래동화가 있다. 나는 소띠이다.
커다란 기와집의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가정부 언니가 차려준 저녁상을 받아먹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입시 스트레스 꾹꾹 담긴 무거운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 놓고, 안방에서 밥을 먹고 나면 그대로 상 밑으로 미끄러져 기절하기 일쑤였다. 엄마는 나를 보고 먹자마자 누워 자면 소가 된다며 굳이 돌려 눕혀 등짝을 때리며 깨우곤 했다. 내가 소띠인 줄 아는 뱀띠, 원숭이띠의 두 동생들은 나를 보고 “음매~~ 음매~” 하며 놀렸다. 약이 올랐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내가 돌보는 꼬마가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골라 들고 나에게 왔다. 부지런한 사람이 되라는 교훈의 이야기네~, 뭐~! 하고 무심코 읽어 주다 보니 무섭고 슬퍼졌다. 아들이 게으름을 피우긴 했어도 엄마의 심부름은 가지 않았던가? 호기심이 충만했을 뿐인데… 소 얼굴 탈을 썼다가 소가 되어 버렸다니! 만일 그 사실을 엄마가 알았더라면? 고생고생 일을 하며 소로 살다가 견디지 못한 게으름뱅이 아들이 무를 먹으면 죽는다는 말을 엿듣고 난 후, 스스로 먹고 나서 다시 사람으로 돌아갔다니! 이 책은 손주들에게 읽어 주지 않을 셈이다. 나도 게으른 삶보다 부지런한 삶에 여전히 더 큰 점수를 주지만, 자기 자신과 주변을 해롭게 하지 않는 게으름은 여유로움 아니던가!
느긋하게 사는 편인 우리가 갑자기 부지런해질 때가 있다. 집에 손님이 오시는 일정이 잡히면 그렇다. 장성한 아이들이 집에 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저기 쓸고 닦아서 내가 봐도 흐뭇한 우리 집을 만들어 놓고 기다린다. 깨끗하고 깔끔한 환경은 첫 번째 환영인사요, 다 같이 기분 좋은 시간의 출발이다.
방문한 누군가가 모두들 돌아간 후마다, 남편과 내가 굳게 다짐하는 것이 있다. “우리 이제부터 이 완벽한 집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자!”인데… 여태껏 지켜진 적은 없다.
나는 ‘게으름뱅이 소’이고, 남편은 ‘게으름뱅이 토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