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쓰임이 다채로운 말이다. 바라고 소망한다는 말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여러 상황에 깃든 다양한 감정을 달고 온다. 기대를 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대하지 않으려 해도 절로 되는 기대도 있고, 기대가 부담이 되기도, 없다면 실망스럽기도 하며, 없는 기대감이 만족과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결혼하는 커플을 보면 누구나 잘 살기를 기대하고, 아기가 생기면서 건강만 기대하다가도 “튼튼하게 만 자라다오!” 의 시기를 지나면, 모두들 더 많이 배우고 더 빨리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여긴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에게 좋은 것을 바라는 부모의 기대는 자녀에게 동력이 되기도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실망하지 않으려고 기대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늘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서도 만일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있더라도 끝까지 긍정적인 마음과 태도는 간직하면 좋겠다. 추구하는 기대가 최후의 종착지가 아니라 기대를 향해 가는 여정이 즐거우면 정말 좋겠다.
때때로 나의 발전을 위한 동력을 얻으려고 아니, 심심해서 남편에게 “나한테 기대하는 거 뭐 없어?” 물으면, 그럴 때마다 남편은 “없는데?” 그런다. 내가 다시 “왜?” 그러면 “당신은 나한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이딴 소리를 한다.
나도 사실, 남편에게 바라는 것이 없지는 않지만 남편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다. 만족이 흘러넘쳐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럴까? 생각해 봐야겠다. 우리는 비겁한 것인가? 경지에 도달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