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출산 예정일은 한 달 남짓 남았다. 아들과 며느리는 아기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고 우리도 최선을 다해 거들었다. 배달이 완료되어 있던 가구 조각들 (아기용품을 넣어둘 아담한 장부터 어른 키를 훌쩍 넘는 키 큰 선반 장까지 몇 개)을 남편과 아들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며 합을 맞추어 조립했고 그러는 동안 나는 아빠가 안 왔으면, 우리가 안 왔으면 어쩔 뻔했냐는 '자화자찬' 추임새를 여러 번 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남편은 더 힘이 나는 듯했다.
나는 나대로 머무르는 동안 틈이 나는 대로 반찬을 만들었다. 가지고 갔던 마른 고사리와 나물들을 삶고 볶았다. 몇 가지 국을 돌아가며 끓였고 정작 집에서는 귀찮다고 사다 먹던 김치를 독일에서 직접 담가주고 왔다. 나들이때마다 무거운 몸으로 기쁘게 동행해 준 며느리에게 다리를 주물러 준다니까 내숭 없는 그녀는 정말요? 하며 두 다리를 스스럼없이 내어 놓았다. 그때마다 땐땐하게 부은 임산부의 다리를 쓸고 주무르며 건강을 빌었다. 내가 다리 마사지를 할 때에 스르르 잠이 든 며느리를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유럽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정말 내 딸이 되어버린 것이 신기하고 기뻤다. 매번 다리를 풀어줄 때마다 힘들고, 힘들지 않았는데 귀국하려고 짐을 싸면서 보니 손가락의 지문이 다 지워진 듯 매끈해져 있었다.
둘이 서로를 챙겨주며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식들이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기쁜 것이 부모에게 또 있을까! 해 줄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들지만, 그래도 도움이 필요할 때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고마웠다. 보람찬 두 주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