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

4.

by 조은미

독일에 관광 간 것이 아니었으므로 특별히 구경할 곳을 정해두지 않았다. 두 주 내내 집에만 있다가 와도 괜찮았는데, 아들은 우리를 데리고 어디를 다니려고 애를 썼다. 동상이 세워진 화려한 빛깔의 옛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을 지나서 마인 강가의 두 개의 다리를 각각 다른 날에 거닐다가 왔다. 다리 위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탔다. 강가에 보이는 집들과 물과 하늘과 바람이 좋았다. 아파트 숲이 아닌 강가라니... 강의 폭이 한강만큼 넓지 않아 이렇게 여유로운 풍경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싶었다. 걸어서 다녀오기 딱 좋은 클래식한 다리들이었는데, 일부의 구간에서는 우리의 남산 탑처럼 사랑과 언약의 징표로 잠가놓은 수많은 자물쇠들이 매달려 있었다. 사랑의 갈구로 이루어진 온 세상이다. 괴테의 생가를 구경하면서 그 집의 구석구석에서 사진도 찍었다. 미술관에서는 사진으로 만 본 친숙한 명화들을 직접 보았다. 감상했다.


프랑크푸르트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국제공항까지 있는 대도시인데, 서울과는 달리 오래된 것과 새것이 어디든 같이 있었다. 높은 건물 옥상의 카페에서 내려 둘러보니 한쪽에는 현대식 고층빌딩이 그리고 반대편에는 오래된 교회와 건물들이 바로 대비되었다. 2차 대전 때에 폭격으로 사라진 곳에는 새로운 건물이 세워졌고, 폭격의 정도에 따라 보수되었거나 보존된 거라고 아들이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오늘의 내가 살아보지 않은 어제가 실감되는 도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서 보았던 건물 보수 공사 가림막이 다시 생각났다.


거의 매일 다 함께 정말 많이 걸었다. 만 오천보 이상씩 걸어 다닌 날도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평소 잠들기가 힘들었던 내가 잘 자고 잘 일어났다. 남편은 거슬렸던 두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함께 걸으니 힘들지 않았다. 새해 목표가 생겼다.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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