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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리를 30분 정도 걸어갔다가 다시 30분을 걸어오던 중에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근처에 예쁜 카페들이 많으니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있으면 곧 찾아가겠다고 했다. 특별한 약속이 아니고서 일상 중에 카페를 찾은 적이 없던 우리가 타국에서 카페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몇 곳을 지나치다 보니 아들네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가 나타나 자리 잡았다. 생각보다도 빨리 둘이 들어왔다. 진료 시간이 짧았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좋은 소식이었다. 잠깐 만에 다시 본 환한 얼굴들이 반가웠다.
아들은 에스프레소, 셋은 우유 거품을 듬뿍 띄운 카푸치노, 그리고 큼직한 케이크 두 조각을 주문했다. 이렇게 프랑크푸르트의 카페 사랑이 시작되었다. 함께 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그 간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아들과 며느리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 꿈만 같았다. 심정이 달랐다. 그리고 떠나는 날 이른 아침에 우리는 이 첫 번째 카페에서 막 구운 두툼한 호밀빵 여러 개를 사서 트렁크에 담았다.
우리가 들렀던 여러 카페 중에는 직원이 모두 시니어들이었던 곳도 있었는데 편안했다. 옛날에 살던 모양대로 대부분 보존해서 카페의 내부로 사용한 곳도 있었고, 주인장이 그린 그림들을 갤러리처럼 곳곳에 전시해 놓은 카페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커피 말고도 케이크이며 수프 혹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카페 방문이 잦아질수록 우리나라와는 다른 손님 구성이 보였다. 한국 카페의 주 고객이 대부분 젊은이거나 주부들이었다면 이곳은 연령대가 아주 다양했다. 곱게 차려입은 백발이 성성한 남녀 어르신들이 여러 곳에 섞여 앉아있었다. 몸을 기울여 듣다가 미소 짓고 또 이야기가 이어지는 대화의 진심이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병원에 가거나 장 보러 가는 일이 아니면 집에 만 계시던 엄마 생각이 났다. 낡고 오래된 건물과 늘 햇볕이 고프다는 유럽의 겨울에 내가 활기를 느꼈던 것은 곳곳마다 젊은이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과 또 행복한 노인들을 고루고루 많이 보아서 그런가 보다.
정해진 것 없이 술술 끊임없이 나눈 카페에서의 모든 대화가 즐거웠다. 아들과 며느리가 독일의 지인들과의 사귐이 깊어간 과정을 들으니 흐뭇했다. 아껴두었던 여유를 누리며 카페에서 보냈던 따스한 시간들이 오래도록 간직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