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2.

by 조은미

화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독일의 수요일 밤에 도착한 우리는 그곳의 목요일 아침에 무리 없이 눈이 떠졌다. 아들의 일주일은 날마다 일정이 달랐다. 목요일 오후는 다른 도시로 가서 리허설을 마친 후 늦은 밤에 돌아온다고 하니 오전은 무조건 함께 하기로 했다. 아침을 같이 먹었다. 유학 가기 전에 라면도 혼자 끓이지 않던 녀석이 능숙하게 아침을 준비했다. 보들보들한 스크램블에 건강한 빵과 다양한 곁들임 먹거리들이 이것저것 테이블을 채웠다. 대부분이 유기농 식품이라는데 저렴하고 품질이 좋았다. 특히 유제품의 맛이 많이 달랐다. 염소젖도 맛보았다. 밥이 아니었지만 든든하니 속도 손도 편한 한 끼였다.


며느리의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오전에 예약되어 있었다. 병원까지는 도보로 30분 정도라고 해서 동네도 익힐 겸 아들과 며느리의 뒷모습을 보며 병원까지 따라 걸었다. 한국 왔을 때에 사주었던 롱패딩을 입고 기우뚱기우뚱 걸어가는 안드레아가 귀엽고 안쓰러웠다. 날이 밝았을 때 본 프랑크푸르트의 첫인상은 침침하고도 활기찬 것이 참 낯설었다. 하늘은 비 오기 직전이나 직후처럼 습하고 흐렸으며 오래된 진회색의 길바닥은 불규칙하고 불친절했다. 아들은 보도 옆에 혹은 차도 옆에 그어진 자전거 도로 위로 쌩쌩 누비는 자전거들을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다. 자전거 도로를 막았다가는 욕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전거를 많이 탔다. 정장에 한껏 멋을 낸 신사들이 페달을 쌩쌩 돌리는 모습이나 자전거 앞에 붙인 가마 안에 아이들을 싣고 달리는 엄마들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병원의 로비까지 동행했다. 아내와 함께 2층 진료실로 올라가는 아들을 보며 휴게 공간에서 잠시 쉬다가 일어났다. 산모들마다 의사와 만나는 시간이 다르다고 했다. 기다릴 것 없이 산책하듯 집으로 돌아가려고 병원을 나왔다. 길가에는 낙엽이 곳곳에 흩어있었다. 한국에서의 가을날, 마른 잎이 아직 무수하게 달려있는 나무 아래에서 떨어진 낙엽을 치우고 또 치우는 분들을 보고 '고생하신다!"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 동네는 달랐다. 낙엽은 바람에 날리고 자동차 바퀴와 사람들의 발 밑에 밟혀 부스러지며 그냥 사라지는 듯 보였다. 사진으로 만 보던 멋진 유럽의 주택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고 있는데 진료를 마쳤다는 전화를 받았다. 집에 닿기 전에 카페에서 함께 차를 마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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