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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28. 2022

진지 코믹 나들이

남편과 나의 어느 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친구 내외 두 팀과 만났다. 낯설고 비싼 음식을 먹었는데 첫 몇 술만 맛나다 싶더니 나머지는 끝까지 다시 낯설었다. 몸에 좋다 해서 남기진 않았다. 자꾸 입이 짧아지고 먹는 양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식사 후 우리는 차를 몰고 자리를 옮긴 후 차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2, 라테, 마끼아또. 요구르트. 주문서 맨 아래는 내가 마실 따끈한 유자 애플 차.


오늘의 주빈은 캐나다 원주민 선교사로 17 사역 중에 고국을 찾은 부부다. 기독교 이름으로 가장 반기독교적인 잔인한 역사 아래 있는 캐나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그들은 어떻게 선교활동을 했는지 궁금했다.


한국말이 고파서 이말 저말 많은 말을 했는데 듣는 나의 결론은 '선교를 하다가 선교를 당했다."였다.

다시 말해 사랑을 베풀려 하다가 사랑이 뭔지 알게 되었다.라는 바람직한 이야기들이었다. 이야기 중에 눈물을 흘렸고 따라쟁이 나도 잠깐 눈물을 닦았다.


너무 오래 앉았다며 함께 잠시 걷기로 했다. 마장 호숫길을 걸었다. 아까 차를 마실 때, 그 유명하다는 출렁다리가 보였는데 출렁이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오늘은 막아 놓았다. 발길을 돌리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타국에 살던 고국에 머물던 모두 많이 출렁이고 살았다. 뭐 일부러 무섭고 어지러울 일이 있나. 오늘은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쿠션감의 둘레길 볏짚 멍석이나 밟고 걷자. 그렇게 씩씩하게 걷다가 헤어졌다.


남편이 운전을 했다. 배부르게 먹고, 이야기를 하고 듣고, 걷기를 마치고... 딱 졸음 오기십상이다.

너무 조용해서 라디오를 틀려고 하는데, '뽀오옹~' 소리가 났다. "방귀 뀌었어?" 내가 물었다. "아니? 말했는데?" "뭐? 뭐라고 했는데?" "은미를 사랑해~~.하고 내 온몸으로 말했는데?" "에잇, 뭐야? 더러워!" "으하하! 사랑이 더러울 때도 있는 거야!" 말도 안 되게 더럽게 웃기는 남편의 개그로 웃다가 보니 집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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