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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27. 2022

모카

토이푸들


"엄마, 나는 엄마의 등에 꼭 기대어 자는 게  좋아요.  아빠가 맨날 '모카! 네 자리로 가!" 하면 나는 할 수 없이 침대 옆 작은 소파 위로 잠시 몸을 옮기지만 아빠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다시 엄마의 등 뒤로 가요. 그러다 엄마가 뒤척이면 나는 발치로 내려와서 솔솔 이불에 배인 엄마 냄새를 맡으며 잠들어요.


엄마가 아침에 눈뜨자 마자 모카야~! 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면 나는 정말 좋아요. 사실은 나의 세 번째 이름인데  첫 번째 이름은 생각도 안 나요. 강릉 보호소 언니들이 지어준 두 번째 이름도 괜찮았어요. 그때에는 나를 '송이'라고 불렀어요. 언니들을 만나기 직전에 나는 아주 많이 배가 고팠기 때문에 정말 기운이 없었고 털이 너무 길어 앞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언니들이 밥도 주고 털을 깎아주고 씻겨주었을 때 나는 날아갈 것 같았어요. 경포대 바닷가까지 같이 있다가  나 만 두고 떠나버린 식구들은 이제 생각도 안 나요. 모래사장 여기저기를 한참이나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고 나는 보호소 식구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엄마, 사실은 보호소도 조금 무서웠어요. 그런데 언니들이 나랑 비슷한 크기의  아기 고양이 친구들이랑 지내도록 방을 바꾸어 주었어요. 나는 그 친구들한테  세수하는 거랑 식빵 자세로 앉아있는 것을 배웠는데, 나중에 엄마가 알아보고 그렇게 많이 웃어 댈 줄 그때는 몰랐어요. 엄마, 그러 알아요? 엄마가 내 엄마가 될 거라고 약속되었을 때 언니들은 좋아서 울었어요. 그리고 한 달 더 기다리고 엄마가 나타났죠. 내 이름이 '송이'에서 '모카'로 바뀌는 그 순간을 나는 기억해요. 엄마는 모카커피를 좋아한다면서 내 털 빛깔이 똑같다고, 모카 어때? 했고 나의 새 가족들의 만장일치로 나는 '모카'가 되었어요.


나는 엄마가 콧등과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는  너무 좋아요. 그러다가  손으로 몸통을 스륵 스르륵 문질러 주는 것도요. 엄마가 그냥 무릎 위에 안아줄 때도 편안한데 가끔 나를 안고 일어서도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오히려 새로운 세계가 보여 정말 신나요. 엄마가 흔들흔들 움직이며 가끔 언니, 오빠들이  몸무게였을 때가 있었다며 '자장자장 우리 아기'  노래를 불러주면 나도 졸음이 쏟아져요. 아빠도 오빠도 자꾸 안아주려고 하지만 나는 엄마 품이 제일 편해요.  살짝 알려주면... ~ 언니가 그래도 가장 엄마랑 비슷해요.

엄마가 아침에 못 일어날 때, 아빠랑 단둘이 하는 새벽 산책은 꿀맛이에요. 나는 아빠랑 신나게 걷고 뛰어요. 아빠가 던지는 나뭇가지를 물고 뛰어오는 놀이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질리지 않아요. 엄마도 같이 가요, 네?  다만 한 가지 정말 싫은 게 있지만 아마도 엄마는 마음을 안 바꾸겠죠. 바로 매일 자기 전에 눈곱 떼고 이 닦는 거예요. 아무리 엄마가 이 닦기 전에 "모카야, 매일 귀찮아도 이를 닦아야 엄마랑 오래오래 같이 살 수 있어~." 하고 말을 해도  이 닦는 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숨을 곳을 찾게 돼요. 엄마한테 매번 들키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는가 봐요.  그래도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사랑해 모카야. 할 때마다, 또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할 때마다, 엄마, 나도요. 했어요. 엄마도 다 듣고 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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