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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24. 2022

인덕션이 고장 났다.

남편과 나의 어느 날

인덕션이 고장 났다. 갑자기.

분명히 어제저녁까지 됐었는데 온도 설정을 보여주던 창에 EO2라는 암호 같은 표식만 깜박이고 작동이 되지 않는다. 


5년 전 이사하면서 집이 좁아져 우울했던 마음을 위로했던 남편의 두 가지 선물이 세탁건조기와 인덕션이다.


집안에 물건이 고장 나면 남편은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곧잘 나서고 그 문제는 해결되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다. 인덕션을 척하니 마룻바닥에 내려놓더니 나사를 풀기 시작했다. 

유리 상판을 거두고 보니 뭔가 아주 꽤 복잡해 보였고 위험해 보였으나 나는 “조심해!”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아무래도 버거워 보인다. 세 가지 선택이 나왔다. 

1. AS를 맡기는 것. 

2. 렌탈 하는 것. 

3. 새로 구입하는 것.

일단, 5년 전에 구입했던 저렴이 수입 제품이라 AS가 가능한 곳이 없어서 1번 탈락. 

2번과 3번 사이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새 고민이 시작될 때 나는 반찬가게에서 반찬들을 넉넉히 사 왔다.

아침에 고장 난 인덕션 그 이후의 향방은 드디어 저녁이 되어서 정해졌다.

2번도 탈락. 3번 당첨.

남편의 제휴카드와 적립금에다가 무슨 포인트에 페이백까지 계산을 마치고 난 결정이다.

이제 제품만 고르면 된다. 그런데 과연 어떤 회사의 반짝반짝 새 인덕션이 우리 집에 들어올지... 수많은 남편과의 대화가 날 기다리고 있다.

신중한 남편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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