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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24. 2022

오만가지 사랑 중

수 많은 감정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노래와 춤으로, 시와 소설로,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사랑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의미와 죽는 까닭이 되기도 한다. 추구하는 목표도 되고 이룬 성취를 말하기도 한다.


그 사랑이 오만가지여서 예술은 지속되고  삶이 있고, 생이 있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종종 때로 대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 오, 나의 사랑!" ...  사랑은 넘쳐흐르는가 하면 목이 마르고 메마를 수도 있으며 굶주리기도 한다. 자신의 유익에 촛점이 맞추어진 사랑이 있는가 하면 이타적인 사랑도 있다. 흔치 않다. 거짓 사랑도 있으니 참 사랑이 빛 날진대 감히 사람이 참 사랑을 하기란 가능한 가 싶기도 하다. 사랑의 감정이 솟구치는 그 찰라가  비록 진심이라 하더라도 참 사랑이 아닌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가족 간 사랑의 범주에서 벗어난 감정을 진짜 사랑처럼 말하는 이(강신주)에 따르면 나의 사랑의 경험은 소박하기만 하다. 여학생 시절 학교 안에 애인이 있었다. 바로 수학 선생님이었다. 삼십 대 중반인데 벌써 아이가 하나 있는 잘 생겼다고 믿었던 남자 선생이다. 스토리도 있다. 그 이른 나이에 아내를 잃은 홀아비 젊은 미남 선생님이다. 그를 심중에 애인 삼은 여학생들은 아마도 전체의 반은 되는듯 싶었지만 수학 선생님은 특정 몇몇 여학생들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대화와 몸짓과 심지어 글을 주고받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방학만 되면 그의 편지들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고 가끔 집으로 오는 전화를 받을 때에는 심장이 터지는 듯한 기억이 난다. 진짜 연인처럼 뾰로통 토라지기도 했고 내숭을 떨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반장이었던 나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와 서로 공유했다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 흘러 우리는 모두 학교를 떠났지만 외로운 젊은 홀아비 선생이 소녀들의 마음을 두루두루 훔쳐 한 장난은 그 이후에도 한참이나 지속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가는 목표 중 하나였던  나의 첫 연애, 그 풋 사랑은 붉어지지 않고 땅에 떨어졌다. 이기심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으나 내가 자초했으므로 참담한 긴 세월 감당할 수 있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폐백도 마치고 난 후, 내 손을 잡고 식장을 걸어가 주었던 오라버니가 새 신랑이었던 남편에게 말했다. "잘 해주어야 해. 눈물 나게 말고, 너에게 주기 아까운 사람이야." 그동안 왕래도 별로 없던 배 다른 오빠가 그렇게 남편에게 말하는 것이 가소로왔는데 남편은 정색을 하고 답했다.

"암요, 제게 너무나 과분한 사람입니다. 평생 잘 모시며 살겠습니다."


사실은 그가 내게 과분한 사람이었다. 나의 환경과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하는 사람, 있는 대로 움추려진 나의 가슴이 펴지도록 좋은 소식을 안내했던 사람,  나에게 정착지를 마련한 사람,  죽기까지 사랑하심으로 세상에 오셨고 부활하신 그 큰 사랑을 따라가는 그 사람이 내게 과분한 사람이었다.


어제는 늦도록 딸 아이와 긴 통화를 했다. 돈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로 운을 떼었다가 돈으로 절대로 할 수 없는 사랑이야기로 마무리했다. 딸 아이가 말했다. " 엄마,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얼마나 부러운지 알아요? 엄마는 돈 때문에 겪었던 고통 때문에 미래에 혹 올지도 모르는 동일한 고통을 두려워 할 수 있지만, 아빠가 엄마에게 주는 끝없는 사랑은 내가 볼 때 엄마의 두려움을 늘 무력화시키잖아요. 사랑때문에 고통받는 수 많은 사람들에 비해 엄마는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고 나는 늘 부러워요. 아빠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고요."


나는 예민한 사람이고 남편은 단순한 사람이다. 둘의 신념은 같지만 나는 자주 흔들리고 남편은 단호하다.  그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사랑은 점점 커지고 나는 끊임없이 사랑을 도전받는다. 그렇게 같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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