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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25. 2022

내가 살던 집  이야기의 서막

내가 살던 집 23


지금 23번째 집에 살고 있다. 아마도 내년 여름, 우리는 24번째 집을 만나게 되겠지 싶다.


어린 시절, 부모님 집은 곧 내 집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한 우리 소유의 집을 잠시 가진 적이 있지만

대부분 남의 집을 우리 집 삼아 살았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9년 11개월 동안 살았다.

이사를 할 때마다 집이 조금씩 좋아지기도 또 그 반대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육순을 넘기고 아이들은 다 컸다.


늙고 병드신 엄마는 요양원에 계신다.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 지금 상황에 함께 가슴 아파하며 동생들과 나는 더 애틋해졌고 함께 묵직하게 나이 들었다. 청년 된 아이들은 여전히 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든든한 MZ 세대의 친구가 되었고 남편은 여전히 영원한 내 편이다.


이사하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닐 때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부동산 중개사는 우리가 제시하는 금액에  우리보다  고민스러워했다. 그러나  집은 나타났고  그렇게 찾은 집이 지겨워질 만하면 이사했다. 나는 새로운  심지어  나은 집이 아니더라도 항상 살짝 흥분한다. 집이 정해지면 열과 성을 다해 아름답게 꾸몄는데 아마도 다음 집은 많이 단출해질  같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랐다. '쿵'하는 두려움이 희미하게 들리기도 하고 은근히 내년의 이사가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하지만, 세상에 나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하늘 아버지께 맡기자'로 내일을 기약하며 어제를 기록했다. 세월은 흐른다. 내 것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고 그것들이 진짜 내 것이 되었다. 믿음 소망 사랑 내 인생에는 감사가 넘친다.


(열여덟 번째 집에서 홈스쿨링을 결정하고 스무 번째 집에서 가장 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이야기는 따로 정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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