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집 23
지금 23번째 집에 살고 있다. 아마도 내년 여름, 우리는 24번째 집을 만나게 되겠지 싶다.
어린 시절, 부모님 집은 곧 내 집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한 우리 소유의 집을 잠시 가진 적이 있지만
대부분 남의 집을 우리 집 삼아 살았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9년 11개월 동안 살았다.
이사를 할 때마다 집이 조금씩 좋아지기도 또 그 반대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육순을 넘기고 아이들은 다 컸다.
늙고 병드신 엄마는 요양원에 계신다.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 지금 상황에 함께 가슴 아파하며 동생들과 나는 더 애틋해졌고 함께 묵직하게 나이 들었다. 청년 된 아이들은 여전히 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든든한 MZ 세대의 친구가 되었고 남편은 여전히 영원한 내 편이다.
이사하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닐 때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부동산 중개사는 우리가 제시하는 금액에 늘 우리보다 더 고민스러워했다. 그러나 곧 살 집은 나타났고 또 그렇게 찾은 집이 지겨워질 만하면 이사했다. 나는 새로운 집 심지어 더 나은 집이 아니더라도 항상 살짝 흥분한다. 집이 정해지면 열과 성을 다해 아름답게 꾸몄는데 아마도 다음 집은 많이 단출해질 것 같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랐다. '쿵'하는 두려움이 희미하게 들리기도 하고 은근히 내년의 이사가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하지만, 세상에 나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하늘 아버지께 맡기자'로 내일을 기약하며 어제를 기록했다. 세월은 흐른다. 내 것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고 그것들이 진짜 내 것이 되었다. 믿음 소망 사랑 내 인생에는 감사가 넘친다.
(열여덟 번째 집에서 홈스쿨링을 결정하고 스무 번째 집에서 가장 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이야기는 따로 정리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