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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r 25. 2022

결혼에 관한 이야기

다 자란 아이들과의 대화

다 자란 아이들과 하는 대화는 그 옛날의 대화 못지않게 재미도 있고 흥미롭고 때로는 자극이 되어 좋다. 어제는 멀리 독일에 있는 아들과 화상으로 이야기했다. 처음엔 서로의 안부를 무심한 듯 묻다가 나중에는 있었던 일들의 디테일을 듣기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기도 한다. 한참 얘기했다. 언제라도 꺼낼 수 있고 종종 이야기해왔던 결혼에 관하여...


자연스레 나와 남편의 결혼 이야기도 다시 등장했고 아이들의 연애도 말이 나왔다.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의 경험치가 모자라 각종 드라마나 영화의 이야기이며 철학가들의 깊은 통찰까지로 번지기도 했다.


결혼은 개인적 사랑의 관계 위에 단지 사회적 인정을 더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에 비중이 실어지자, 결혼은 그저 친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가족으로 의미가 바뀌는 것이라는 말로 반격했다. 그러면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로 흘렀다. 각 개인의 존재 의미가 다른 가족에게 달려있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말도 나아왔으며, 특히나 엄마의 정체성이 아이들에게 의존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우면서도 피해야 하는 일인지 동의했다. 그러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것을 설명하면서 웃다가 울 뻔했다.


아들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다. 서로에 대해 계속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기쁘다. 언제라도 결혼하겠다는 소식이 오면 좋겠다.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던 아들의 연인은 마냥 사랑스럽다. 아들은 이렇게 온라인으로 만 이야기했는데도 허락해 줄 수 있냐고 물어서 주저 없이 그렇다고 말했고 아들은 크게 웃었다. 그냥 둘이서 좋으면 미래에 대한 주도 면밀한 계획이 없어도 함께 살기 위해 결혼을 택했던 시절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 결혼에 관하여도 세상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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