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 실은 막내의 졸업식도 참석하고 오랜만의 이모와 외사촌 여동생 집도 , 또 그리운 친구와 내가 살던 미시간을 돌아보려 했었던 4월의 모든 일정이 코로나 19로 무산되었었다.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빠져버린 이 극한의 시간들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무튼 그 가지 못한 여정의 한 가지 아쉬움은 시카고 미술관에 하루 종일 혼자 있고 싶었던 내 버켓 리스트.
남원에 숙소를 잡고 내가 가고팠던 곳은 실은 딱 한 곳 ,
미술관이었다.
모든 여정을 아들에게 맡기고 난 단 하나 마지막 날의 미술관만을..
그렇게 10월 하고 마지막 날 아침 ,
푸르른 하늘과 햇살을 받으며 만추의 풍경 속을 거닐며 산자락의 미술관으로 걸어가던 내게 눈에 띈 글.
외롭고
쓸 하고
그립고
생각나고....
흰 천에 휘날리며 쓰여 있는 글귀를 읽곤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광양 시절 엄마를 모시고 왔던 남원의 추억이 요 며칠 그리움으로 마음잡고 있었기에...
11월이면 만 두 해가 되는 엄마의 기일도 돌아오는 탓이리라 생각하며 미술관으로 들어섰다.
........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생각나고"를 열며
가을이다. 우리는 고독의 계절 이라고 불리는 가울이 되면 괜스레 옷깃 울 여미며 쓸쓸함에 예민해지려 한다. 과거의 쓸쓸함은 낭만을 환기시키는 단어이기도 했다......
생략..
현대인은 인간관계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과민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생략..
이번
전시회는 이처럼 관계 의존도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기회로 삼고자 기획되었다.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건드려 보자는 것이며, 관계 의존에서 탈피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즐겁고 소란스러운 삶만 실 수 없고, 외롭고 쓸쓸한 삶만 살 수도 없자. 인간의 여러 감정들은 만조와 간조처럼 밀려오고 빠지면서 균형을 유지한다.
생략...
침묵 속의 관찰자로 불리며 도시인의 고독과 소외를 묘사한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일상도 독서 , 그림, 침묵의 끝없는 반복이었다.
생략...
이번 전시에 참가한 감성빈, 성 애바, 소빈, 주소이 역시 슬픔, 외로움, 쓸쓸함, 고독이라는 감정을 작품에 투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