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선진 복지 국가들의 교육을 살펴보기 위해 파견 연수 길에 올랐다. 비행기가 핀란드의 영공에 들어서자 점차 고도가 낮아지며 창밖으로 즐비한 호수와 울창한 숲들이 시야 가득 밀려왔다. 비행기는 사뿐하리만큼 가볍게 활주로에 착륙했다.
북유럽 국가의 교육은 우리와 무엇이 다르고 배울 점은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이 우리 일행의 연수 목적이었다. 첫 방문국 핀란드,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8천 달러 이상이고, 유치원부터 박사학위까지 무상교육이며, 중등교육은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1위를 고수해 세계가 주목한다. 그 교육을 시찰(視察)하러 와 방문할 학교가 임박하니 새로움을 접할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렜다.
공항을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랐다. 초가을처럼 하늘은 파랬고 가로수 잎은 따사로운 햇살에 반짝였다. 도로 위 공중에는 전선을 따라 가로등이 종처럼 대롱대롱, 군데군데 매달려 있다. 겨울이면 폭설과 흑야가 있어 도로 통행을 위해 그렇게 설치했다고 한다. 깨끗한 거리에 승객을 태운 전차가 한가로이 지나고 있었다.
핀란드 교육의 우수한 점을 면밀히 살펴보리라 마음 다지며 ‘야르벤빠 고등학교’ 출입문 앞에 이르렀다. 우리 인솔자가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출입문을 열고 두 여성이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았다. 금발이 싱그럽고 아름다운 여학생과 흑발의 젊은 여교사였다.
현관에 들어서자 정면에 펼쳐지는 내부 정경, “와!” 감탄과 함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장에 달려 큰 구를 이루고 있는 작고 동그란 등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은은하게 반짝이며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호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층 중앙은 카페테리아 같기도 하고 라운지, 아레아 같기도 한 공간이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급식실이자 공연장이란다.
산뜻하고 쾌적한 인테리어 구성, 교사․학생․학부모가 소통하는 중심지로 식사하고 대화하며,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 공연도 즐긴다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하고 수업 시간에는 더 집중한다고. 급식실을 식당으로만 운영하는 우리 학교와 달리 공연장과 겸해 여가와 학습 집중도를 높이니 창의적이고 효율적이다.
3층인 학교 건물 내부 정면을 위에서 아래로 보았다. 가운데가 원형 광장이고 몇 개의 건물이 방사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건물 자체는 그다지 거대하지 않으나 교육을 펼치는 공간 구성이 매우 효율성 있게 오밀조밀, 아기자기하다. 교실이나 복도 모양, 창문, 벽 등은 최대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교실 내부만 난방을 하는 사각형 모양의 우리 학교와 다르다. 가정 같은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구조나 환경 구성이 아늑하다.
우리의 한 고등학교가 떠오르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앞뒤 출입문은 육중한 철문이고 교실엔 40여 명이나 되는 체격 큰 남학생들이 감독교사의 감시를 받으며 인고로 야간 자율 학습을 하던 교실, 허름한 개인 나무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정서적이며 미적인 장식도 없던 삭막한 교실이 오버랩(overlap)되었다.
핀란드 학생들은 수업도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공부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율성과 책임 의식을 일찍부터 가지게 한다.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물까지 글썽여진 것은 우리 학생들에 대한 안쓰러움이자 우리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심리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교실에 들어섰다. 남자 교사가 교사용 코너 책상이 놓인 의자에 앉아 스크린에 강의 내용을 띄우고 편한 자세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를 보자 유쾌히 웃으며 부담 없이 들어오라고 했다. 학생들은 서구인 체형과 자유 분망한 패션 때문에 제법 의젓하고 성숙해 보였다. 대학생 같았다. 학생 수는 20여 명, 삼사십여 명 북적대는 우리 교실과 대조적이다.
아직은 고등학생인데도 사람을 보다 잘 이해하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여 심리학 수업을 선택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 사이엔 사람의 심리를 심층 이해할 수 있는 심리학 수업이 인기란다. 본인의 흥미와 관심으로 스스로 선택한 수업이니 수업 분위기도 안정되고 차분하며 흥미롭게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선택 교육과정이 일부 도입되고 필수 교과를 이수하게 되어있는 타율적 우리 학교 수업 분위기와는 수업 참여 동기 자체가 다르다.
입시의 문턱에서 대학 진학에 급급한 우리 학생들과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이곳의 학생들은 일찍부터 자기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파악하고, 스스로 진로를 모색하는 학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한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며 자신의 적성과 특기로 사회에 공헌하려 하고 자신의 행복한 삶도 추구한다. 우리의 교육도 이런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현장에서 보는 핀란드 교육이 더 좋게 느껴지고 부러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경쟁 아닌 상호협력과 개인의 적성을 중시하는 교육방식, 개인의 행복을 구현하는데 진정 도움을 주는 교육과정, 국가와 행정가가 일심으로 지원하는 교육복지시스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점으로 느껴졌다.
교육은 전 생애를 걸쳐 개인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유아 교육부터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고유한 한 인격체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질을 관장한다.
어느 한 교육자는 말했다. "교육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라고…….
*커버 사진-고아함
*(하)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