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 감사한 부모님과 지인, 사랑하고 있는 연인, 다정한 친구, 직장동료와 함께 했던 어느 날인가는 평소와 다르게 특별했던 식탁의 음식이 있다.
세상에 태어난 일을 축하하는 생일과 결혼식엔 더 풍성한 음식, 이렇듯 음식은 인생의 여정과 함께 항상 우리와 함께 한다.
사람이 살면서 매일 섭취하는 음식만큼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음식은 곧 생명유지의 원천이며 활동 에너지다.
밥 한 끼 맛나게 잘 먹기만 해도 삶에 여유가 느껴지고 사는 일도 만족스러워 기분까지 좋아지지 않던가.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에 식재료도 풍부하고 각종 편리한 조리 기구와 조리법, 음식점이 다양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한 음식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부터 먹고 자란 어머니의 속 편한 음식 일 수도 있고, 어느 지인의 초대를 받아 대접받은 손수 만든 음식일 수도 있으며, 여행지에서 먹은 지역 맛집 음식, 또는 다른 나라에서 먹었던 낯설었지만 특별했던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내게 그 답을 물어온다면 나는 단연 나의 어머니 음식이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면 그 음식은 자식의 건강을 생각해 번거로움과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은 정성 깊은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담장 곁에는 커다란 미루나무 한 그루가 늘 한가롭게 하늘거렸다. 그 미루나무에는 느타리버섯이 옹기종기 기생하여 자라고 있었는데 그 버섯을 따 엄마는 버섯국을 끓여주곤 했다. 집안에 있는 깊은 우물 샘물을 길어 그 버섯을 씻고, 손수 농사지어 짜낸 들깨 기름에 살살 볶다 직접 담근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셨다. 국물도 버섯도 담백한듯하면서 은근히 구수하여 밥만 말아먹어도 맛있었다.
그리고 겨울날 김장 김치, 땅 구덩이를 파서 항아리를 묻고 그 위에 짚가리를 씌운 김칫독에서 아삭한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꺼내 때마다 밥상에 차려주었다.
김장에 배어든 엄마의 깊은 손맛과 눈 내리고 찬기 머금은 땅의 자연 기운이 발효시킨 김치는 개운하고 고소하기까지 하여 별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었다.
엄마는 고등어찌개도 종종 하셨다. 집안의 텃밭에서 자란 무를 두툼하게 뭉툭뭉툭 썰어 들기름에 볶고 물을 부어 끓으면, 고등어와 다진 마늘, 고춧가루, 후추, 조선간장을 넣고 2,3분 더 끓인 후 상에 올려주었다.
고등어 살은 쫀득했으며 무와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얼큰했다.
삶은 돼지고기 수육도 별미였다. 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을 때 나오는 쌀뜨물을 등겨 가루와 섞어 먹여 키운 돼지로 그냥 물에 삶아 건져, 도마에 송송 썰어 양념 조선간장, 새우젓만 찍어 먹어도 쫄깃하고 구수했다.
그 돼지를 삶아낸 육수마저 맛이 깊고 구수하여 소금만 살짝 뿌려 먹어도 속이 든든했다.
거기다 천연 간식거리였던 떡, 떡 만드는 날은 집안 행사였다. 주로 만드시던 떡은 양대 고물 시루떡과 찹쌀 인절미, 손수 농사지은 재료들을 물에 씻고 불린 후, 방앗간에 가져가 가루로 빻아 왔다.
다음 가마솥에 양대 콩을 삶아 체로 걸러 노란 고물을 만들고, 쌀가루 켜에 뿌린 다음 물이 담긴 솥 위에 시루를 얹어 맞닿는 부분은 김이 빠지지 않게 밀가루 반죽으로 틈새를 밀봉했다.
그런 뒤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며 오랜 시간 은근과 끈기로 시루떡을 증기로 쪄 냈다.
시루떡이 다 되면 오빠들이 커다란 시루를 마루로 들어 옮겨왔고, 온 가족은 오순도순 둘러앉아 뜨거운 떡을 호호 불며 맛있게 먹었다.
더불어 이웃집에도 한 접시 나누며 인정을 나눴다.
인절미는 가마솥에 지은 찰밥을 나무절구에 넣고 공이로 찧었다. 힘이 들어가는 일이라 아버지와 오빠들이 번갈아 가며 거들었다.
그렇게 찰밥 덩이가 곱게 찧어지면 엄마는 한주먹 덩어리를 떼어 펄펄 끓는 물에 데쳤고 찬물을 통과시킨 후, 도마 위에다 엿가락보다 굵고 길게 늘였다. 그다음 칼로 먹기 좋게 썰면 나는 하얀 고물에 그것을 굴려 인절미를 완성했다.
그렇게 가족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몽실몽실 인절미, 혀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이외에도 쑥떡, 수수팥떡, 한과, 식혜, 수정과 등 계절 따라 수확되는 농산물로 만들어 주신 먹거리들이 있었고, 여름엔 가는 국수를 삶아 찬 물에 사리를 건져 맑은 국물에 양념간장만 살짝 넣어 말아주던 점심 참도 있었다. 개운했다.
오늘날처럼 여러 재료 혼합하지 않아도 주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구수한 맛이 있었다. 화려하거나 다양하지 않았어도, 식재료 농산물이 자연 햇살과 비바람을 맞으며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자랐고, 자식을 귀하게 여긴 엄마의 정성 어린 수고가 깊은 맛을 우려냈다.
세월 따라 부엌에서 조리용으로 사용한 연탄불, 석유풍로 불, 가스불의 밥솥, 냄비, 장작불의 가마솥을 오고 가며 번거롭고 수고스러웠지만 은근과 기다림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탄생했다.
오늘날은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전화 한 통이면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풍성해졌다. 그런데 암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 사는 일에 맛있고 건강한 음식 섭취가 중요한 화두인 시대가 되었다.
음식을 만드는 일엔 번거로움과 수고가 필연 뒤따른다. 그러나 세상의 편리에 길들여진 습성은 수고하고 번거롭게 음식을 만들고 챙겨 먹는 일이 귀찮아졌다.
그래서 편리하고 간편한 음식, 우선 먹기 좋고 맛있으면 되는 음식을 자꾸 가까이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몸이 아프다고 경고 사인을 보낸다. 아토피, 염증, 두통, 복통, 장염, 비만, 당뇨병, 혈액순환 장애의 신체 마비, 우울증, 암 등으로. 병이 생기는 원인이야 꼭 음식 탓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섭취하는 음식이 큰 비중을 차지함은 부인할 수 없다.
창조주는 선고했다. 너희는 평생 수고하여 얼굴에 땀을 흘려 먹고살고,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그러니 먹고살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애써 돈도 벌어야 하며, 음식을 만들고, 잘 선택해 먹는 번거로운 수고도 해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린 감염되지 않기 위한 몸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서도 건강한 음식 섭취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길이지 않는가. 좋은 음식에 대한 정보는 서적, 방송 매체, 일간신문, 인터넷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음식은 건강을 관장하며, 살아가는 힘을 제공하고, 기분까지 즐겁게 한다.
인생의 행복이 음식을 통해서 온다.
배고프지 않게 맛있게 먹는 음식이 건강과 활기를 주고 있다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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