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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mi Lee Aug 05. 2022

한글이 뭐길래

육아툰

NOTE


훈육을 해야 할 때는 엄격한 목소리로 할 말만 전하면 된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저도 여전히 미완의 사람이라 그때의 태도, 자세에 기분이 나빠지고 급기야 화를 내고 맙니다. 금세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물을 엎질렀습니다. 그럴 때면 아이 무섭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나요. 언성을 높이면 아이들이  공포감을 낍니다.  날은 아이의 불량한 자세에 화가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오늘은 학습태도를 고치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 같은 것이 생긴 날이었어요. 아이와의 기싸움이 벌어졌다고 생각했고, 똑바로 앉아서 글씨를 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때가 되면  하더라는 말을 듣고 때라는  기다렸어요. 일 년간은 한글을 영상으로 떼는 학습 프로그램에 노출시키고, 독서는 꾸준히 하고 습니다.(내가 읽어 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마지노선까지 때가 오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해져 이번 겨울,  한글을 마무리하고 학교에 가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그냥 틀려도 되니까 읽어만 보라는데   하냐고 다그쳤어요.  괜찮은 목소리로 괜찮으니까 해보라고 어요.


아이는 두려움을 느꼈어요.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숨도 쉬지 못할 만큼 불안해했습니다. 공포감. 이제  8, 겨우 7살인 아이인데 말이에요. 그제야 기싸움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른은 아이와 싸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버럭 거리고 화를  것일 뿐이었어요. 내가 못난 어른이었고, 잘못 생각했어요.

찔러도  한 방울 나지 않을  같은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다시 마음을 열고 대답을 해주었어요. 지금의 아이에게 감사해지는 순간입니다. 언제나 엄마를 사랑해주는 아이, 엄마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아이, 자기가 받은  상처를 엄마가 안아주기만 한다면 내려놓을  있는 아이. 아이는 어른보다 관대했습니다.


물론, 한글은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때가 안 왔어요. 도대체 언제 오는 거니? 때야 ㅠㅠ

지금 1학년이거든요.


엄마는 계속 이렇게 과학적인 글자라니 놀랍다고 감탄하지만, 우리 아들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여러 생각을 해요. 엄마 역할만 해야 하는데, 나쁜 선생님까지 하는 이런 관계가 앞으로도 바람직할까? 정말 선생님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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