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눈물자국

눈물 장아찌 한 개

#0 나는야 눈물을 자주 흘리는 사람

by 유운



그러니까 오랜 장아찌처럼 익어버린 나의 과거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일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우선 첫 번째는 좋아하는 브랜드 사장님께 연락하여 글쓰기 모임을 열어달라고 칭얼대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 당시 적었던 내 기록들이 노션에 있는지 아이폰 메모장에 있는지 네이버 메모에 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워드에 저장해서 엔드라이브에 올려두었는지 뒤적거리는 것이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동구리님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그래서 그랬어’ 싸장님은 내게 글모임의 호스트를 제안해 주셨고 (이때 약간 암행어사 임명받는 기분이었음), 브런치의 작가의 서랍 안에 내 모든 글들이 고스란히 모아두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 건 모험에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거기서 찾은 내 보물들은 지금 보니 모두 토막글뿐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당시의 마음들이 갓 쓴 것처럼 생생했다. 역시 장아찌가 좋긴 좋다. 언제 보아도 먹어도 싱싱하니.



이제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무얼 해야할까.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공부할라치면 책상정리를 하는 것처럼, 나도 글을 쓸라치면 글 쓰는 것에 좋은 음악과 좋은 자극을 주는 글, 일 년에 한 번 쓸 수 있을까 말까 한 표현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장소를 찾는다. 필수 준비물이라 할 수 있겠다.


오 년 전 나는 이루마의 옐로우 룸 앨범을 들으며 신뻬이시 어느 카페에 앉아 하루키의 글을 옆에 두고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지금 이천이십오 년의 나는 서울 한복판의 좁은 버스에 앉아 누군가가 만들어낸 어느 멋진 피아노곡을 들으며(출처 못 찾음) 문보영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녀의 글자를 읽는 동시에 머릿속으로 써 내려간 나의 글을 이렇게 옮겨적고 있다.



눈물에 대한 글을 엮어보기로 다짐하고, 눈물이라는 주제로 글모임 테마가 정해졌다. 멋스러운 지원님 그리고 한없이 소년 같던 병철님과 그 단순한 눈물에 대해 오래도록 이야기를 했다. 나는 듣고 말하고 생각했다. 나를 돌아보았다.


과연 지금의 나는 어떨까. 그 당시 수많은 눈물을 흘렸기에 내 눈물샘은 말랐을까, 아니면 아직까지도 곧잘 뿜어져 나오는 샘물에 어안 벙벙하며 마음의 노트에 글 한 조각 남길까. 어쨌거나 나의 장아찌는 익어만가고 나는 마음이 텁텁해진 날에 한 두 개 베어 물고 짠맛을 대신해보려 한다.



이 글은 내 눈물 이야기의 프롤로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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