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7
어느 봄 날 아스라이 내 눈 앞을 가득 채웠던 벚꽃잎들은 땅으로 돌아갔고, 앙상하게 뼈를 드러낸 가지들만이 남았다.
언젠가부터 차가운 공기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추억들이 필름처럼 눈 앞을 스쳐간다. 그 기억들이 너무도 강렬해서 찬 공기 를 맡으면 떠오르는 걸까?
혹은 그 추억들이 생긴 즈음에 폐 속까지 얼려버릴 찬 공기가 만연했기 때문에 떠오르는 걸까? 왜 벚꽃잎들은 속절없이 하강 운동을 하는 걸까.
모든 것들을 다 내어버리며 힘들게 피운 그 꽃잎들은 왜 다시 뿌리 로 돌아가는 걸까. 나무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는데 말이다.
나무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으나, 자신을 불살라 만들어낸 벚 꽃잎들은 모두 그를 떠났다. 하지만 나무는 결국 또 다음 해에 똑같 은 꽃잎들을 만들어내겠지. 그 일들이 업보인 줄도 모른 채.
벚꽃 나무는 올 해의 벚꽃잎과 내년의 벚꽃잎이 같다고 생각할까? 올해의 꽃잎은 올해에 만들어낸 잎이었기에 더 특별하고 소중하지 는 않았을까?매번 만들어내는 업보 중에서도 더 소중하고 아픈 업보가 있는 걸까?
벚꽃나무는 자신의 꽃잎의 생일을 축하해주었을까,그 선물로 커다란 물줄기를 주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