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종의 자백서가 될 것 같다.
나는 내가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누구보다도 올곧고, 누구보다도 진실되며, 누구보다도 정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에 반하지 않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 곁을 떠나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고 묻지 않고, 되려 내 곁에 남은 사람들이 곁에 남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곁에 사람이 남았다고. 그래서, 그렇게 점점 내 곁을 떠난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 홀로 남겨진 동안 나는 내내 낙천적이기만 했다.
곁에 남은 사람들과도 싸울 때도, 나는 늘 당당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나는 아주 합당한 논리와 공감하기 충분한 감정으로 싸움을 걸었고, 끝내 먼저 건 싸움에 사과까지 먼저 건네는 사람이었다. 내 잘못은 내 잘못대로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은데, 그 많지 않은 사람 중에 내가 있었다.
오랜 꿈을 버리고 현실에 뛰어든답시고 업종과 직무를 바꾼 스물일곱의 나는 스물여덟 늦겨울, 또 다시 퇴사를 해 공부를 시작했다. 뒤늦게 뛰어든 새로운 세계에 좀 더 전문성을 길러 더욱 인정 받고 싶은 이유였다. 세상에 좀 더 필요한 인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생에 태어나 가장 외롭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잘못이 결국 내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
세상은 왜 나 빼고 다 이상할까? 왜 모두가 날 상처주는 걸까?
아니었다. 내가 이상한 거다. 내가 모두를 멀리하는 거다. 내가 오히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흉인 건 아니었을까.
나만 없다면 세상이 행복할 것 같다. 내 곁을 떠나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이 그 증인 아닐까.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없어져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이렇게나 나는 쓸모가 없는데, 나 하나쯤 없어져도 이 세상 돌아가는데 하나 지장 없는데,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나는 없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무섭다. 내가 사라져도 그만인 사람일까봐.
사실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으니까.
연속된 불행이 모두 내 탓이라면, 나는 이제 그 불행마저 사랑하고 싶다. 내가 일으킨 나의 불행들을, 누구에게도 전가할 수 없고, 오롯이 내 안에 담아야 하는 이 불행들을 나는 사랑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