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리뷰
‘나는 어제 내일의 너와 만난다.’ 인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인지, 제목이 늘 헷갈리는 영화. 이 영화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일본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 늘 제목을 틀리게 말하곤 하는 영화였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영화에 큰 관심이 없던 시절, 고3 수험생활이 끝나고 아무리 놀아도 시간이 남아서 세상에서 아무것도 재미있는 게 없어질 무렵이었다. 영화 초반부터 나오는 여주인공 에미의 뜬금없는 눈물들을 보면서 영화의 설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라 우리는 영원히 이어져 있다고 서로를 다독이며 연기처럼 사라지는 주인공의 모습, 마지막이 슬픈 영화, 그게 내가 기억하는 영화의 전부였다.
시간이 흘러 나는 몇 번의 연애를 겪었고,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볼만한 영화를 찾아보면서 종종 영화 후기 글들을 찾아보곤 했었는데 어떤 블로그에선가 이 영화를 추천하면서 ‘한번 보면 마지막에만 슬프지만 두 번 보면 처음부터 너무 슬픈 영화’라고 정리한 것을 보게 되었다. ‘제목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이 영화, 두 번 보면 다를까.’라는 마음으로 다시 본 영화는 처음부터 정말 슬펐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공평하게 정반대의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 주인공의 상황에서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조금은 불공평한 영화이다. 서로의 시간은 반대로 흐르기 때문에 한쪽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한 사람은 상대방과 함께한 추억이 희미해지게 되는데, 모든 사실을 알고 아름답게 이별한 타카토시와는 다르게 자신의 마지막 날을 아무것도 모르는 타카토시의 첫 고백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에미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에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은 처연하다. 둘의 만남의 초반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타카토시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소재들과 단어들이 이미 타카토시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에미에게는 얼마나 하나하나 큰 의미로 다가왔을지 생각해보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볍게 지나쳤던 에미의 눈물들이 무겁게 느껴지게 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평행세계라는 소재를 사용한 판타지 영화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사랑이라는 주제의 본질은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평행세계의 존재와 둘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 타카토시는 반대로 가는 시간 때문에 후반부의 에미가 자신이 과거에 알려준 데이트의 내용을 흉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둘 사이에 느꼈던 모든 감정이 가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실망한다. 하지만 곧 자신이 에미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부터 에미가 매 순간 느꼈을,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처절하게 겪었을 슬픔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 주어진 운명을 슬퍼하기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순간들에 집중하기로 한다.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을 가진 현실의 연애에서도 이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인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이유는, 타카토시가 에미에게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찾아올 이별에 집중하기보다는 지금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나온 타카토시의 내일은 에미가 어제의 타카토시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사랑해 준 에미의 어제였을 것이다. 나의 내일이 상대방이 그토록 나를 사랑해 준 어제였다는 걸 알았는데, 어떻게 오늘 내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의 마지막에 자정이 되어 찾아올 이별을 앞두고 타카토시는 미래의 에미가 과거의 자신에게 들려준, 지금의 에미가 미래의 자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끝에서 끝으로 이어지는 거라고. 두 번째 본 영화는 시작부터 아주 슬펐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전처럼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타카토시가 마지막으로 이별을 고하는 순간, 에미는 내일 타카토시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타카토시는 에미의 시간에서 에미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타카토시에게 넘어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을 것이고, 그녀의 초상화를 그릴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반복될 그 시간 안에서 그들은 함께일 것이다. 타카토시가 에미를 보며 그렸던 초상화가 영원히 남아 간직되는 것처럼, 사랑했다는 사실이 남아있는 나의 어제가 너의 내일일테니. 내가 너를, 너를 내가 기억한다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다시 영화를 처음 본 순간과 다시 보기 전의 사이로 돌아가서, 이 영화의 제목을 계속 헷갈렸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영화의 제목에서 어제가 먼저인지 내일이 먼저인지,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그 사실을 이 영화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