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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이 Aug 27. 2023

Chap.01 나의 건선 및 화농성 한선염 투병 이야기

나는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다. 사실 처음에 내가 이런 병에 걸렸을 때 나는 내가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가진 병이 국내에 고작 1만명 남짓한 환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올해 들어서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부터 나는 여러 가지 피부 질환들이 있었다. 아토피를 앓은 적이 있었는데 점점 성인이 되면서 사라졌다. 내가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아토피때문에 병원을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대로 내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가나 싶었으나 2015년에 "건선"이라는 병에 걸렸다. 피부가 점점 두꺼워지고 각질이 미친듯이 올라왔다. 나는 처음에 아토피인줄 알았으나 이건 아토피와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처음에는 얼굴 턱쪽과 눈쪽에 약하게 올라오더니 점점 부위가 퍼졌다. 두피, 이마, 턱, 눈가, 양쪽 팔꿈치, 다리까지 침범했다. 처음에 피부과를 갔는데 한 곳은 나보고 긁어서 그런거라며 긁지 말라는 개소리를 했고 다른 곳은 지루성 피부염이라고 오진을 했다. 

예전에 건선 진단받았을 때 진료기록

2016년에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서 건선을 진단받았다. 의사는 눈으로 보자마자 "건선"이라고 말했고 약 처방을 해줬다. 이 병이 왜 걸리는지, 이 병이 어떤 질환인지 설명이 없었다. 그야말로 "3분 진료"가 끝이었다. 항히스타민제와 연고를 받아왔지만 내 병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다른 의사를 찾아갔다. 건선에서 누가 유명한지 인터넷을 뒤져서 건선의 대가라고 하는 "윤재일" 교수님을 만나러 국립중앙의료원을 갔다. 


처음에 내원했을 때 어디서 건선을 확진받았고 어느 연고를 사용했는지 예진이 이루어졌다. 교수님께서는 다른 약을 처방해주셨고 나는 약 효과가 좋았다. 처음에는 먹는 약도 사용하려고 했으나 내가 술을 먹지 않는데도 지방간이 있었고 간수치도 높았기 때문에 처방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비록 부위가 이곳저곳 퍼지긴 했으나 연고의 효과가 커서 1년 정도 지나자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것이다. 


2015년에 처음 건선이 발병하여 2019년까지는 피부과를 꾸준히 다녔다. 하지만, 지금도 두피건선과 귀 옆 쪽은 건선이 남아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2019 여름쯤에 또 다른 질환에 걸렸다. 




건선은 국내에 환자가 약 16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중증난치질환이지만 나는 "화농성 한선염" 이라는 또 다른 질병에 걸렸다. 겨드랑이가 부었고 멍울이 잡히고 하더니 이상한 염증이 나기 시작했다. 곪더니 피가 터졌고 악취가 났다. 무슨 병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정말 겨드랑이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이런 병이 있었으면 진작에 병원을 가봤어야 했는데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대다수 대학병원 피부과 의사들이 불친절하고 설명도 없었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 해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중간에 국내로 들어와 결국 병원을 갔다. 국립중앙의료원에 계셨던 윤재일 교수님은 퇴사하셔서 개인 병원을 차리셨고 건선 외에는 다른 질병을 보지 않으셨기 때문에 이전에 다녔던 서울아산병원으로 다시 갔다. 의사는 나에게 "화농성 한선염" 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이번에도 역시 진단명과 약처방에 그쳤다. 왜 이 병이 생기고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건선도 화농성 한선염도 자가면역질환인지 몰랐다. 이전에 건선에 대해서는 윤재일 교수님으로부터 T세포에 의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자가면역질환"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당시에는 병을 검색해고 주구장창 한의원에서 올린 글만 나올뿐 영양가 있는 글들이 인터넷에 별로 없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내 병에 무심했다고 생각한다. 화농성 한선염이나 건선에 대해서 신경을 쓰기 시작해서 약이나 질병 원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가기 시작한건 올해다. 우선 건선은 많이 호전되기는 했기 때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화농성 한선염이 갑자기 심해졌다. 3월에 겨드랑이가 붓기 시작하더니 고름이 엄지손가락 길이만큼 커졌다. 나는 어느 병원이든 가야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은 내가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예약을 하려니까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이라도 가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네 피부과를 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유튜브에서 병을 검색하면서 순천향대에 계시는 최유성 교수님이 이 병에 대해서 설명한 것을 봤다. 차병원에 계신 선생님이 설명한 것도 봤다. 우선 집에서는 차병원이 가까웠기 때문에 차병원으로 향하려고 했는다 2차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당일 진료가 되지 않았고 예약을 1달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순천향대에 전화를 했더니 당일 진료가 된다고 해서 바로 그곳으로 갔다. 우리 집에서 가는데만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배농한 다음에 항생제와 진통제 수액을 맞았다.

그 날은 금요일이라서 교수님 진료가 없었기에 일반의에게 진료를 봤고 보자 마자 바로 배농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칼대는 것을 싫어해서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선택지가 없었다. 배농을 한 다음 소독을 했다. 드레싱 작업을 마친 후에는 피검사를 진행했고 감염 위험때문에 항생제 주사와 진통제 주사를 맞고 왔다. 항생제를 정맥주사로 맞은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토요일에도 드레싱을 하러 갔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교수님을 만났다. 최유성 교수님은 이 병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 말을 해주셨고 언제 이런 병이 발병이 되었고 어디서 처음 진단을 받았고 어떤 약을 먹었는지 조사를 하셨다. 그리고 내 단계는 현재 중등도라고 하셨고 피부 점수를 매겨서 산정특례 조건이 되는지 알아봐주셨다. 내가 그 조건에 해당되지는 않았지만 교수님께서는 내가 여태까지 경험했던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님과는 다르게 설명도 상세했고 이 병 치료에 대해 열의를 보여주셨다. 


중증도 단계에서는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를 같이 복용을 해야 하기에 훌그램캡슐과 리팜피신을 1달 정도 복용을 했다. 그리고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했다. 약은 2달 반 정도 먹다가 상태가 양호해져서 끊었다. 교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어쨌든 교수님께서 치료를 해주신 이후 병이 심각하게 재발되는 것은 없었고 나도 내 병에 대해서 인지하고 내 몸을 좀 더 신경쓰고 아끼게 되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은 관절 통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3-4년 전부터 발뛰꿈치, 족저근막 통증에 시달렸는데 올해 들어서 부쩍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난 후부터 어떤 병이 나에게 해당될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유튜브를 보니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증상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병원 류마티스 내과를 가서 검사를 받았다. 진단을 받기 까지 약 3주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 속에서 피가 말랐다. 아무리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지만 이런 병까지 걸리고 싶지 않았다. 


최종 결과는 강직성 척추염이 아니라 건선관절염으로 나왔다. 나는 건선이라는 피부병이 관절통증까지 일으킨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건선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은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으나 엄연히 다른 병이다. 5월 초에 진단을 받은 후 바로 산정특례를 진행하여 90% 보험 혜택을 보게 되었다. 산정특례를 받으니 내가 진짜 환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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