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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이 Sep 21. 2023

Chap.11 영국 석사 지원에서 내가 고려했던 것


내가 본격적으로 영국 대학에 석사 원서를 넣기 시작한 것은 2022년 10월이었다. 강남역 근처의 모나코에서 열린 영국 대학 박람회를 다녀온 이후 몇 개의 대학을 추려서 바로 원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영국 대학은 보통 입시요강에 어떤 수준의 학점을 원하는지 명시를 해놓았다. 각 학과마다 요구하는 학부 전공을 써놓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확인해야 한다. 나는 처음에 학업계획서로 이러한 것들을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는 큰 오산이었다.


위의 예시처럼 구체적으로 학점과 학부 전공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각 대학마다 2:1이나 2:2 기준이 어떤 수준의 학점을 뜻하는지 명시해놓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대학원과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입시에 있어서 다양한 배경을 인정하고, 학문에서도 여러 학과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자기 전공의 심도있는 탐구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관련 학과가 아닌 경우 입시에 불리하다. 예를 들어서, 뇌과학 석사를 간다고 했을 때 영국 대학에서 바이오 전공 혹은 컴퓨터 전공, 전자전기 전공 지원자를 받는다고 한다고 하자. 내가 화학공학을 졸업했다고 했을 때 부전공이나 혹은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 바이오 관련 선수과목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영국 대학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경우 리젝 메일을 보낼 때 "불합격"했다는 것만 알려주고 떨어진 이유는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의 몇몇 대학교들은 리젝 메일을 보내면서 그 이유를 말해준다. 예를 들어, 자기네 학교들이 원하는 우수한 학부 성적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거나 학부 전공이 달라서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이런 것을 내가 알게 된 이유는 다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유학박람회를 다녀온 이후 제일 먼저 런던에 있는 퀸메리 대학교와 브리스톨 대학교를 지원했다. 전자는 학부 전공을 이유로 리젝메일을 보냈고 후자는 학부전공 및 학점을 이유로 리젝 메일을 보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경우 유학생 등록금이 31,080 파운드다.

두 번의 메일을 받아 보니 입시 요강에서 써있는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전략을 수정했다. 가디언, the completed university guide uk 등에서 나온 순위, 러셀 그룹 등을 모두 종합해서 고려하되 내가 갈 수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는 대학을 나눴다. 이때 내가 고려한 것은 학부 학점, 전공 등뿐만 아니라 생활 물가까지 고려했다. 우선 런던 지역에 있는 대학을 살펴본 결과 내 학점이 해당 학과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하더라도 등록금이 지나치게 높아서 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이나 임페리얼 칼리지, UCL 등을 모두 찾아본 결과 유학생 등록금을 약 31,000~38,000파운드 정도를 받았는데 이는 한화 약 5-6천만원 정도가 된다.


영국하면 런던이고 런던에 유명한 대학들이 몰려있는 것은 사실이나 영국의 석사는 고작 1년밖에 되지 않는데 등록금을 5천만원 이상이나 내고 다닐만한 가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람들이 유달리 런던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런던 내 대학이 정말 언터쳐블해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런던과 비런던 대학들의 수준 차이가 엄청 커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인지 생각했다. 나는 런던 내 대학들이 유명한 것은 사실이나 학비를 1년에 6천만원 이상이나 내고 다닐 만큼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영국 내 대학들이 대부분 외국인 학생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런던과 비런던 대학들의 강의 질이나 학교 수준이 큰 차이가 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엔수잇임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어마어마하다. 매년 집세가 오르고 있다.

또한, 런던은 생활물가도 저렴한 편이 아니었다. 코로나 이후로 인플레이션이 많이 일어나 마트 물가나 외식 물가가 크게 올라갔고 집세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스튜던트 닷컴을 들어가서 런던 내 대학들의 사설 기숙사를 찾아봤는데 주방을 공유하고 개인 룸이 있는 엔수잇 기숙사가 한 달에 약 250만원 정도 했다. 주방이 딸린 원룸(스튜디오)의 경우 300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러면 기숙사 비용만 1년에 3천만원 이상이 들어가게 된다. 가서 사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으로 약 8천에서 1억원이 들어가는 것인데 영국 유학이 정말 1억원이나 주고서 할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난 의문이 든다.


그리고 내 주머니 사정을 살펴보면 1억이란 돈이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런던 내 대학 진학은 포기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도 런던 내 대학을 들어간다면 뭔가 세상을 다 가진것 같거나 내가 승리자가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하고 보니 이는 나한테 있어서 사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석사 원서에 퀸메리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런던 내 대학은 쓰지 않았다.

글래스고 대학교 컨디셔널 오퍼

나는 내 학점과 학부 전공으로 갈 수 있는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을 찾아봤고 그중에서 공학으로 순위가 높은 대학들을 위주로 썼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쓰게 된 학교가 스코틀랜드의 던디 대학교, 글래스고 대학교, 잉글랜드의 셰필드 대학교, 사우스햄튼 대학교였다. 최종적으로 사우스햄튼 대학교는 떨어졌지만 3곳은 모두 합격 오퍼를 받았다. 나는 우선 글래스고와 셰필드 대학교의 오퍼를 수락했다. 글래스고는 2월 중으로 디파짓을 내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해 3월까지 디파짓 기간을 늘려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 디파짓 내는 기간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알려져있는데 의외로 쉽게 처리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디파짓을 3월 말로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셰필드와 비교를 했을 때 글래스고의 경우 월세나 물가가 더 비싼 편이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가 나쁜 곳은 아니지만 억양이 외국인이 더 알아듣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글래스고 주변에 대학들이 많다 보니 기숙사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나는 유학자금을 아끼고 싶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더 원하기도 했다. 찾아보니 글래스고는 대학 자체에서 장학금을 선정했고 셰필드는 지원을 받아서 골랐다. 나는 셰필드가 장학금을 타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글래스고를 최종적으로 포기했다.

2023학년도 입시 장학금 질문

셰필드의 경우 유학생에게 주는 25% 장학금이 있었다. 5월 중순까지 따로 장학금 에세이를 써서 제출해야 했다. 나는 내가 쓴 학업계획서와 앞으로의 계획을 참고해서 작성해나갔다. 한국어로 먼저 쓴 다음 영어로 썼고 최종적으로 ChatGPT를 활용해서 영어 문장을 고쳤다. 한 달 후에 장학금이 발표가 난다고 했다. 나는 내 에세이가 충분히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쟁률이 세다고 하더라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6월에 최종적으로 발표가 났다. 원래 장학금 발표 날짜보다 더 일찍 발표가 났고, 나는 최종 합격했다. 등록금의 25%는 사실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세필드 대학교가 학비가 엄청 비싼 학교는 아니기 때문에 유학 자금의 절약에는 도움이 되었다. 셰필드와 런던 대학의 학비는 1만 파운드 정도가 차이가 난다.


나는 장학금 덕분에 현지 애들과 비슷한 금액으로 등록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어느정도 내가 생각한 예산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셰필드의 경우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라 집세도 쌌다. 런던의 경우 스튜디오가 360만원 정도 했지만 셰필드는 스튜디오가 저렴하면 120만원, 시티센터 근처면 약 200만원정도 한다. 나는 처음에 스튜디오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친구 사귀기에는 엔수잇 형태가 더 나을 것 같아서 스튜디오를 포기하고 학교 기숙사 엔수잇으로 신청했다.

장학금 수상자가 되었다는 메일

그렇게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해놓은 예산으로 굴리는것이 가능했고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영국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낀 학비는 한국에서 짐 싸는 것, 비행기표 예약, 그리고 혹시 모를 질병을 대비하여 병원비로 지출하려고 한다.


영국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집이 엄청난 부자라서 학비를 억단위로 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혹은 나처럼 한정된 예산으로 움직여야 하는 입장이라면 꼭 런던 내 대학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내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유학준비는 자기 사정에 대한 객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머니 사정은 유학길에 있어서 엄청 중요하다. 학비나 생활비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알바를 해야 하거나 현지에서 돈을 지나치게 아끼면서 살아야 한다면 유학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유학이라는 것이 생각 이외의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건 병원비가 될 수도 있고 정착금이 될 수도 있다. 유학생활 초기에는 이것저것 살게 많고, 유학을 가는 과정에서도 새로 구비해야 하는 물품들이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다 고려해야 한다. 가서 알바로 충당을 하겠다는 생각 보다는 돈에 스트레스를 덜 받아 학업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게 유학생활을 좀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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