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한 사람

by 은파랑




낯선 곳의 공기는 낯선 사람의 향기를 품고 있었다. 익숙지 않은 길을 걸으며 두리번거리던 나를 멈춰 세운 건, 그곳의 풍경이 아니라 풍경 속에서 스쳐 간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작은 광장에서 꽃을 팔고 있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손은 섬세했다. 꽃을 한 송이씩 묶어 작은 다발로 만들 때마다, 그의 손끝에서는 이야기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무심코 그의 옆을 지나칠 뻔했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그가 만든 꽃다발 하나를 샀다. 순간,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미소는 말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여행자군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투는 느리고도 따뜻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여기 왜 있는지조차 모른 채 서 있었다. 그는 이어 말했다.


“꽃도 여행을 합니다. 당신의 손에 쥐어진 이 꽃은 이제 당신의 길을 따라갈 테죠. 그래서 꽃은 늘 새롭습니다.”


그의 말은 시처럼 내게 다가왔다. 낯선 곳에서 듣는 낯선 사람의 말이 어쩌면 이렇게 깊게 울릴 수 있을까. 꽃다발을 받아 들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곳의 시간과 공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된 듯했다.


그와의 만남은 여행의 다른 장면들을 뒤덮을 만큼 강렬했다. 나는 그 후로도 그의 말을 곱씹었다.


“꽃은 늘 새롭습니다.”


이 말은 낯선 여행의 본질을 설명하는 듯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풍경을 보지만, 그 속에서 가장 새로워지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꽃처럼, 우리는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다른 날, 나는 다시 그 광장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자리에는 꽃 향기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문득 알았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은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빛내는 존재라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도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문다.


그날의 꽃은 이미 시들었지만, 그의 말은 내 마음속에서 시들지 않고 살아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만남은 어쩌면 그런 것이다.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누군가와 나누는 짧은 순간. 그러나 그 순간은 우리의 여정을 의미 있게 만든다. 그리고 기억은 우리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나침반이 된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말은 여행길의 작은 등불이 되었고, 나는 그 빛을 따라 또 다른 낯선 곳으로 나아간다. 낯선 사람은 늘 새로운 우리를 발견하게 한다. 그것이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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