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탱해 주는 것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48

by 은파랑




나를 지탱해 주는 것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하는가?

바람 많은 세상에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나는 무엇을 붙잡고 서 있는가?


삶은 바람의 형상이다.

언제나 불어오고, 언제나 지나간다.

론 따스한 봄바람이었고,

론 살을 에는 겨울의 북풍이었다.

바람에 나는 흔들렸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거창한 운명도, 위대한 사명도 아닌

아주 작고 소박한 것들이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마룻바닥을 적시는 따뜻한 햇살.

책장에 기대어 있던 두꺼운 책 한 권.

붉은 노을 아래에서 번지는 개의 그림자.

누군가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


'괜찮아, 잘하고 있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

하지만 때론 세상은 너무나 차갑고,

관계는 너무나 쉽게 부서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찾는다.

한 사람의 눈빛,

한 마디의 위로,

손끝에 스친 온기가

때론 한계를 넘어설 힘이 되기도 한다.


문학은 오래전부터 이를 노래했다.

셰익스피어는 '한 사람의 진실한 우정이

천 개의 금보다 가치 있다'라고 했고,

릴케는 '그리움이란, 상대의 존재만으로도

우리의 영혼을 지탱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한다.

기꺼이 버티기 위해,

기꺼이 살아내기 위해.


그리고 깨닫는다.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나의 삶 속에 스며 있는

익숙하고도 소중한 것들,

작고 사소하지만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들.


언젠가 다시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나를 흔들지라도

나는 알고 있다.

나를 일으켜 줄 것들이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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