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타 365 #60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전선 한 올에 얽혀 잠들어 있던 무한한 가능성이
깨어나는 전류처럼 그에게 흘러 들어왔다.
기발한 상상과 대담한 실천의 힘을 믿던 소년은
세계를 바꿀 도약대를 마련했고,
“컴퓨터”라는 낯선 미래의 언어로
오늘날 익숙히 마주하는 일상을 빚었다.
하지만 수많은 성공의 이면에도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던, 작은 실패의 조각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가진 ‘도전의 DNA’를 증명하는
값진 흔적이기도 했다.
빌 게이츠가 아직 10대 후반이었던 시절,
그와 친구 폴 앨런은 시애틀 교외의 차가운 창고 한편에서
교통량을 측정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트래프-오-데이터(Traf-O-Data)’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도로 위 차량의 흐름을 카운팅 해서 정부 기관에 제공하면,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혁신적으로 기여할 것이라 믿었다.
두 사람은 중고 부품과 직접 짠 코드를 모아
실험적인 기기를 만들었고,
지하실 냉기가 감도는 작업대에 앉아
어긋나는 전선과 고장 나는 부품들을 교체하며
새벽까지 허기를 달래곤 했다.
타닥타닥 거리는 낡은 납땜인두의 소리 사이로
그들의 젊은 열정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관공서에 문을 두드린 끝에 돌아온 것은
“이 기계가 정말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과,
프로그램 가동 중 잦은 오류로 인한 좌절뿐이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시연에서 에러가 발생하기도 했고,
제품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프로젝트는 그리 빛을 보지 못한 채
서서히 막을 내렸지만,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손에는
한 번의 값진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남았다.
심리학에서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바라보는 태도라 말한다.
빌 게이츠가 ‘트래프-오-데이터’에서 거둔 실패는
그가 가진 성장 마인드셋의 초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망했다’가 아닌,
‘왜 실패했으며,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이다.
이런 태도는 “주어진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창의적 도전정신과 맞물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탄생과 성장에
중요한 초석이 되어 주었다.
실패를 패배로 여기지 않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오류와 시행착오를 분석하는 과정이
바로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빌 게이츠는 여러 강연과 인터뷰, 저서 등을 통해
실패와 성공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취지로 이야기했다.
“Success is a lousy teacher. It seduces smart people into thinking they can’t lose.”
“성공은 형편없는 스승이다. 똑똑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게 만든다.”
비록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이나
『Business @ the Speed of Thought』에서 직접적인 동일 문구가 인용되지는 않더라도,
그가 남긴 여러 발언에서 이와 유사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성공에 머무르면 교훈을 놓치기 쉽지만,
실패 속에는 깊은 통찰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트래프-오-데이터라는 작은 기계는
하나의 씨앗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씨앗은 흙 속에서 삭아 없어지는 대신,
새로운 가능성의 뿌리를 내리는 밑거름이 되었다.
아직 완벽하게 기능하지 못한 회로는
해가 뜨기 전 새벽하늘과 같았다.
고요하지만 이미 빛의 기운이 감돌고,
곧 찬란한 하루가 펼쳐질 기약을 품은 상태.
결국 불완전한 시도와 실패가
‘나만의 운영체제를 설계하겠다’는 꿈에 이르는
길을 닦아 준 것이다.
기계 속에서 퍼지는 전류처럼,
그의 아이디어는 점차 구체화되었고,
전 세계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혁명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퍼즐과 같다.
때론 맞춘 줄 알았던 조각이 어긋나기도 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결과물은 기대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빌 게이츠의 첫 실패한 프로젝트 ‘트래프-오-데이터’는
흑역사로 묻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결국 실패 속에서 또 다른 목표를 발견하고,
자신의 길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실패는 얼마나 무거운 단어인가.
하지만 무게감을 견디고 나면,
묵직하게 받쳐 주는 배움과 통찰이 찾아온다.
게이츠가 그랬듯이, 지금 눈앞에 닥친 과제나 도전이
비록 어긋나고 멈춰 선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열쇠가 숨어 있다.
오늘의 실패가 언젠가 당신이 만드는
새로운 미래의 청사진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프로젝트의 성패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가 하는 질문일 테니까.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