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타 365 #197
붓이 캔버스를 가르듯
한 시대는 서로의 영감을 가로지르며 흐른다.
예술은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시선과 대화 속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영향 속에서 자란다.
파블로 피카소
그의 이름은 거대한 빛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빛이 형성된 곳에는
함께 걸어간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의 손길과 목소리, 논쟁과 교류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피카소는 없었을지 모른다.
예술은 혼자의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파리는 예술가들의 꿈 도시였다.
가난하지만 열정 넘치는 젊은 예술가들은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내리며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유로운 공간은
‘바토 라부아르(Bateau-Lavoir)’라는 허름한 아틀리에였다.
창문은 깨져 있었고 겨울이면 바람이 들이쳤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밤새도록 예술이 피어나고 있었다.
피카소는 그곳에서 조르주 브라크, 앙리 마티스, 후안 그리, 기욤 아폴리네르 같은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들은 서로의 작업을 비평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새로운 예술을 향해 나아갔다.
그들의 대화는 때론 철학적이었고, 때론 유치한 농담으로 가득 찼지만 그 속에서 혁신이 태어났다.
"예술은 우리를 닮아야 해. 아니, 우리가 예술을 닮아야 하는 걸까?"
피카소는 웃으며 말했다.
1907년 어느 날
피카소는 친구들을 자신의 아틀리에로 초대했다.
그는 작품을 천으로 덮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천을 걷어 올리는 순간
모두가 숨을 삼켰다.
그것은 '아비뇽의 처녀들'이었다.
전통적 원근법을 깨뜨리고
형태를 조각조각 부수고
기하학적 색채로 채워진 그림
브라크는 충격을 받았다.
"이건 너무 급진적이야!"
하지만 피카소는 말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건 이제 의미가 없어.
우리는 사물을 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해."
브라크는 처음에는 반발했지만
피카소와 함께 큐비즘(Cubism)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갔다.
그들은 사물을 한 방향에서가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동시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혁명이었다.
그들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변화의 중심에는 두 친구의 협력과 경쟁이 있었다.
앙리 마티스는 피카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바라보았다.
그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와 유려한 곡선으로 가득했다.
그는 색을 감정적으로 사용했고
피카소는 형태를 해체하며 논리적으로 접근했다.
그들은 서로를 존경했지만
서로의 방식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네 그림은 너무 계산적이야, 피카소."
"네 그림은 너무 감성적이야, 마티스."
그들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새롭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티스는 피카소가 큐비즘을 완성할 수 있도록
그를 자극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피카소는 마티스가 색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만든 동력이었다.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면서도
그들은 예술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함께 항해하는 동료였다.
1937년, 스페인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가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
피카소는 소식을 듣고
손에 쥔 붓을 떨어뜨렸다.
깊은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리고 캔버스를 펼쳤다.
한 달 만에 거대한 걸작, '게르니카'가 탄생했다.
폭격에 신음하는 사람들, 울부짖는 말,
부서진 빛과 어둠
작품을 본 시인은 말했다.
"이건 그림이 아니라 시대의 비명이다."
그 시절 그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아폴리네르는 시로
브라크는 조형으로
마티스는 색채로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전쟁 속에서도 예술을 지켜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친구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피카소는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나는 한 시대를 살았지만
내 그림은 다음 시대를 위해 남겨진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질문 속에는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그와 함께한 친구들, 시대 그리고 영감이 담겨 있다.
예술은 혼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만들어가는 대화다.
피카소와 그의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은파랑